리스크부담 해소, 정책 키워드 무시못해

"저성장시대를 맞아 가뜩이나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유통별 포트폴리오를 완성해나가고 있는 태평양의 발빠른 움직임을 간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 태평양 로고

국내 1위 기업인 태평양 정책 따라가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유통가의 강한 비판<본지 2월 11일 태평양 따라가기 자제해야 기사 참조>에 대한 중소 화장품업체들의 항변이다.

특히 유통가의 큰 불만으로 제기되고 있는 태평양 영업정책의 모방사례에 대해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고 투자 대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중소업체 마케팅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예로 최근 태평양의 샘플축소 방침이 알려지면서 샘플전략의 대대적인 수정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해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특히 시장회복 시점이 불투명한 전문점시장의 경우 투자 대비 효율성 제고방안이 최대 관심사인 만큼 마켓쉐어 1위 기업인 태평양이 유통가의 불만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면서 태평양 정책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흐름이 결국 태평양의 독주체제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항변은 없지 않다. 각 유통시장의 현세와 향후 전망을 읽는 키워드가 바로 태평양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 독보적인 1위 기업으로서 전국적인 영업망 조직이나 투자규모로 볼 때 정책상의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 업체의 한 마케팅 관계자는 "유통가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화장품 중소업체들의 영업정책을 태평양과 비교해 평가하려는 유통가의 시각도 문제"라면서 "본사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화장품전문점이 타유통에 밀려 자립경영을 이루지 못한 원인도 태평양과 유통가의 손익따지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반면 태평양 따라하기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브랜드 경영철학에 대해서는 모방 아닌 모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그 동안 영업적인 측면만을 강조한 중소업체들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에서 태평양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말았다는 자기성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부에서는 태평양을 비판의 대상이 아닌 현 화장품시장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일개 기업을 넘어서 적어도 한국 화장품시장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규칙,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발언할 책임이 태평양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의 측면이 아니라 국산화장품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저성장시대를 맞아 극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소업체들에게 동반성장의 발판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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