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기 급급, 불확실성만 증대

수입화장품의 시장잠식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편협한 마케팅, 시장정보를 토대로 홀로 살아남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불황을 이유로 화장품시장 활성화란 공동의 목표를 저버리고 자사정보 유출 차단에만 급급한 우물안 개구리식 전략에 급급, 시장의 불확실성성을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는 목소리도 크다.

얼마 전 모 업체의 경우 경쟁사 매출비교와 시장정보 분석자료가 과장 보고되는 과정에서 작지않은 내분이 일어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의 관계자는 "불황의 늪에서 이루어지는 선택과 집중전략은 경쟁사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이루어져야 함에도 단순 수치로 경쟁우위 분석을 하고 있을 정도로 자기만족에 길들여져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경쟁사를 대비,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는 제품차별화 전략보다 시장을 차별화해 전체적인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야 할 시점에도 불구하고 시장정보에 대한 상호 공유 의지 부족과 상위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큰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공동의 마케팅 관심사를 논의하던 각사 마케팅 책임자들의 모임은 이미 흐지부지된 상황이다. 당초 태평양을 제외하고 10여개사가 참석했던 이 모임은 타사 정보만을 수집하려는 일부 마케팅 담당자들로 인해 모임의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해왔던 모 업체의 한 마케팅 담당자는 "별도의 운영체계 없이 자율적으로 이루어진 만남이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세를 구가했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하면서 "그러나 올해들어 대다수 업체들이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임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회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마케팅 부서 책임자들이란 점과 자사 정보 유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모임이 결렬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태평양, LG생활건강 등 상위사들의 우월의식도 이러한 기업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 마케팅 담당자는 "자사 정보만 노출된다며 교류자체를 꺼리는 업체들이 과연 국내 화장품시장을 수입화장품으로부터 지켜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면서 보다 대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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