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성 인지하나 현실적 실현가능성 낮아

저성장시대를 맞아 다수의 화장품 중소업체들이 ERP시스템 중 우선 효율적인 생산, 재고관리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유통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최종판매처인 화장품전문점의 판매, 재고관리를 기반으로 각 대리점의 규모를 정하고 이를 제조업체의 생산계획과 연동시키는 이른바 밑으로부터의 ERP 개념에 대해 영업사원들 조차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판매관리로부터 시작되는 재고, 생산관리가 현실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유는 ERP 패키지 도입 등 기술적인 고려가 전혀 없이 영업조직을 활용한 주먹구구식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유통가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영업관계자들 또한 적정생산, 적정공급만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전문점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가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통합전산망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가 있고 이미 시행중인 업체들도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업체 영업관계자는 "침체된 시장상황과 치열한 경쟁구도 아래에서 효율적인 물량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별도의 시스템 지원도 없이 개인사업자인 전문점의 판매, 재고관리를 영업사원들에게 맡기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면서 "이러한 제조업체의 의지를 거래 전문점주나 대리점주에게 알린다면 가뜩이나 극히 저조한 매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코웃음을 칠 일"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한편 태평양, 한국화장품 등 상위사들이 도입해 활용 중인 ERP시스템 또한 판매, 재고관리의 경우 중간거래상인 특약점의 이중관리, 최종판매처인 전문점에서의 활용의지 부족 등으로 제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모 업체의 한 대리점주는 "본사 지원 아래 통합전산망을 갖추었지만 대리점 거래규모 등 자산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결국 본사의 하부조직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면서 "현재 별도의 장부나 컴퓨터를 활용해 이중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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