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구조조정’ 의도다 VS 경영진 ‘인사권’ 침해다

한국화장품 노사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화장품측이 단행한 인사이동에 대해 노조가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등에 위배되는 일방적 구조조정이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한국화장품은 지난해 12월22일 관리 및 영업 내근, 음성 공장의 단순노무 여성노동자, 서울·대구지부장 등 33명을 전문점 미용사원과 영업직으로 배치하는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부진과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영업력을 강화해야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인사이동이었다는 게 한국화장품측 입장이다.


▲한국화장품노사는 지난해 말 단행된 인사이동에 대한 입장차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화장품 야외 주차장에 나부끼는 노동조합 깃발. © 데일리코스메틱
경영진의 이러한 조처에 대해 노조측은 인사이동을 빙자한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영업 경력이 전무한 내근 및 생산직 여사원들을 미용사원으로 전환 배치 한다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나, 구조조정을 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화장품 경영진의 인사이동에 반발한 이덕행 한국화장품 노조위원장과 김영식 음성지부장 등 노조 간부들은 현재 서울 서린동 한국화장품 본사 야외 주차장 한켠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천막농성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8시부터 시작돼 5일로 8일째를 맞았다.


이덕행 한국화장품 노조위원장은 이번 노사갈등에 대해 “어려운 회사 사정을 이해하고 노사가 고통을 나누자는 차원에서 임금동결 등을 노조측이 먼저 제안할 생각까지 했는데도 부당한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며 “8일째 본사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도 회사 경영진은 지금까지 어떠한 제의도 하지 않는 등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노조측 주장에 대해 한국화장품측은 6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회사사정이 어려운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인사이동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화장품 관계자는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취약한 시판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회사 방침에 따라 단행된 인사이동이었다”며 “정리해고가 아니라 공장의 저효율 구조를 개선하려는 순환배치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 입장에선 효율성을 먼저 따지지 않을 수 없는데 신규영업 사원을 충원하는 것보다 기존 인력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덕행 한국화장품 노조위원장 인터뷰


8일째 천막농성을 이어오고 있는 이덕행 위원장은 “지난 12월22일 단행한 인사이동에 대해 한국화장품 경영진은 조직개편은 회사의 고유권한이 인사권이기에 노조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오는 8일 중노위의 마지막 조정절차를 마칠 때까지 회사측이 어떠한 대화 제의도 해오지 않을 것

▲5일 만난 이덕행 한국화장품 노조위원장은 8일로 예정된 2차 노동쟁의조정 결과에 따라 파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데일리코스메틱
으로 예상했다.

 

이덕행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2일 단행된 인사이동 대상자 33명 가운데 노동조합원은 21명이고, 비조합원은 12명이다. 이중 조합원 18명에 대한 인사는 당사자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한 인사권 남용이라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우리는 인사이동에 따라 전문점 미용사원으로 발령난 여성조합원 14명이 대부분 생산직으로 입사해 10~20년 동안 공장에서 제품 포장하는 일을 해오거나 행정서무만을 담당했던 40대 이상 고령자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에게 미용사원으로 일하라는 것은 ‘회사를 떠나라’는 말과 다름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특히 충북 음성 공장의 생산직 여성노동자 9명을 서울·부천 등으로 원거리 발령낸 경영진의 조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회사측이 인사이동 대상자들에게 4주 동안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을 시킨다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숙식을 하도록 한 것도 퇴직을 강요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판단하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는 40대 여성들에게 한 달 동안 주말을 빼곤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해 제풀에 지쳐 퇴직할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지난 12월 말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통한 노동쟁의조정 절차를 밟는 중”이라면서 “6일 1차 노동쟁의조정을 거쳐 8일로 예정된 2차 노동쟁의조정 결과에 따라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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