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신제품 등 홍보대가 받으며 활동…“객관성 잃으면 신뢰도 잃어”



화장품 개발에서 신제품 출시, 리뉴얼까지 파워블로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정보를 얻은 후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파워블로거의 영향력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각종 프로모션에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자상거래센터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이용 후기의 상당수가 업체의 ‘입맛’에 따라 가공되기도 한다. 본보는 파워블로거의 활약상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뷰티산업 관련 파워블로거가 화장품 매출에 영향력을 끼치는 등 관심을 끌면서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파워블로거들은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화장품이나 새로 출시된 제품에 대한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게시하면서 온라인 상에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제품을 써 보니 느낌이 어떻다’거나 ‘이런 부분이 장점이다. 이런 점은 아쉽다’는 등 단편적인 사용 후기에서부터 해박한 지식을 담은 내용까지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면서 누리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 업계에서는 파워블로거의 활동을 제품 홍보에 적극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과 부정적인 시각이 뒤섞여 있다.


소비자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마케팅의 적절한 조합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블로거가 상업화되면서 스스로 신뢰를 깎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인터넷 상에는 화장품 관련 정보가 집적된 파워블로그가 많다. 이들은 기업의 홍보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미지는 기사와 상관 없음.) © 데일리코스메틱
파워블로거와 업계의 공생관계


파워블로거와 화장품 회사는 일종의 공생관계이다. 화장품 회사는 블로거에게 화장품과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블로거들은 그들의 제품을 홍보해 매출을 올려주는 것이다.


블로거들이 화장품 매출에 끼치는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다수의 방문자를 보유한 블로거가 특정 화장품을 소개하는 글을 올리면, 그 상품의 매출은 순식간에 급등하게 된다.


어쩌다 네이버나 다음, 싸이월드 등 유명 포털의 메인 페이지에 게시되기라도 한다면, 그날은 주문전화가 폭주하는, 말 그대로 ‘잭팟’이 터지는 날이다.


그러다 보니 화장품 업계는 조회수가 높고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블로거를 상대로 신상품 홍보를 부탁하는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 기능성화장품 업체의 관계자는 “이름난 블로거에게 홍보를 청탁할 때가 있다”며 “한번은 청탁한 제품 관련 포스트가 싸이월드의 메인에 걸렸는데, 그 날은 주문량이 평소보다 7~8배까지 뛰었고, 포스트가 내려간 이후에도 매출영향에 여운이 남았다. 블로거의 글과 누리꾼의 호응이 상승작용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화장품 대기업의 홍보 관계자는 “파워블로거의 영향력을 절감한다”며 “블로거가 쓴 글이 유명 포털사이트의 메인 화면에 뜨면 그 제품에 대한 온라인 매출이 갑자기 급등하는 등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블로거 “블로그는 돈벌이 수단”


물론, 홍보 대가로 금전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없다. 하지만, 파워블로거들이 포스팅을 돈벌이 수단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 만한 사람은 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 파워블로거는 “회사에서 파워블로거들에게 대가를 지불하고 원하는 글을 써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며 “50만원 줄 테니까 이 제품에 대해서 잘 써달라는 식으로. 다른 데에서도 제의가 들어오면 건당 얼마씩 벌면 돈이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블로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파워 블로그는 돈이 된다는 인식을 읽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 화장품회사 관계자는 “파워블로그나 유명 화장품 카페 중에는 상업화된 곳이 많다. 제품에 대한 글을 써 달라고 요구하면 거두절미하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있고, 이를 위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블로거 “홍보성 글, 블로거 신뢰 떨어뜨려”


화장품 애호가이자 파워블로거로 알려진 김빌립 한스킨 인사동 지점장은 블로그의 상업화를 극구 반대했다. 기업에서 원하는 글을 쓰려다 보면 부정적인 측면은 자연스레 배제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정보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점장은 “요즘에는 블로그들을 보면 화장품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쓴다기보다 화장품이나 금전을 얻기 위한 글이 많다”며 “누리꾼들도 화장품 마니아나 블로거가 올리는 글은 믿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홍보성 포스트인지 객관적 평가와 정보를 담은 글인지는 일반인들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블로그가 상업화된다는 것은 신뢰도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블로거는 화장품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평가해야 한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주관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화장품 관련 인터넷 카페(Daum)인 ‘뷰티옴므’의 운영자인 이승훈 애덤스애플 대표는 “업체의 요청으로 제품리뷰나 소개를 하는 작업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이나 소정의 비용 등 대가를 받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대가를 받은 상태에서는 홍보요청을 거절하기 힘들고, 객관적인 시각의 제품 후기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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