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반신반의, 걸러서 정보 챙겨…검증 시스템 필요




화장품 개발에서 신제품 출시, 리뉴얼까지 파워블로거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인이나 온라인을 통해 화장품 정보를 얻은 후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파워블로거의 영향력도 커졌다. 업계에서는 각종 프로모션에 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자상거래센터 조사에서도 드러났듯 이용 후기의 상당수가 업체의 ‘입맛’에 따라 가공되기도 한다. 본보는 파워블로거의 활약상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주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 시 원하는 정보는 일방적인 소비자광고가 아닌 주위조언, 실제 경험 등 구입하려는 제품에 대한 모든 메시지와 경험이다.



최근 기업이 파워블로거를 이용해 마케팅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것은 기업이 일반 소비자처럼 보이는 블로거들을 이용해 ‘후기’ 형식으로 작성하는 매체비용이 들지 않는 엄연한 ‘광고’이다.




▲한 누리꾼이 화장품 정보를 얻기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 데일리코스메틱


새로 나온 화장품을 사기 위해 초록 창에 제품 이름을 검색해보면 당장이라도 ‘신세계’를 만날 듯한 좋은 후기들이 쏟아진다. 더블체크를 위해 파란 창에 검색하면 ‘개나 줘’라는 소비자 후기. 아무리 화장품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도 극과 극의 양상을 띄는 후기를 접하다 보면 어떤 정보가 정확한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가 최근 발표되기도 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는 지난 8~9월 100대 쇼핑몰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이용 후기에 대한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업체가 부정적인 상품평을 임의로 삭제하거나 구미에 맞는 상품평만 선별적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용 후기 작성자 중 12.9%는 작성한 이용 후기가 정상적으로 등록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4.7%는 운영자에 의해 이용 후기를 삭제당한 경험이 있고, 이용 후기를 삭제당한 이용자의 70%가 부정적인 후기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얻기 위해 이용후기를 작성하는 사람이 63.5%에 달했다. 이용 후기를 공개하기 전 운영자가 확인 작업을 하며 37.9%는 좋은 후기를 올렸을 때만 마일리지와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쇼핑몰 이용자의 92.3%로 제품 구입 전 이같이 ‘걸러진’ 이용 후기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 사용자의 이용 후기 상당수가 업체의 ‘의도’ 대로 가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쇼핑몰을 통해 실제 구입한 경험이나 이용 후기가 아니라 소비자를 유혹하는 일종의 ‘광고’인 셈이다.



이용 후기를 삭제당한 경험은 A사이트(46.7%), G사이트(23.3%) 등 대형쇼핑몰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개인 블로그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박니콜(가명, 26)씨는 화장품을 사기전 자신이 구입하고 자 하는 화장품의 이름을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한다고 말한다.



박씨는 “블로거의 글이 광고나 홍보용이라고 의심이 들어도 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어차피 TV광고를 보면서 나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박씨는 이어 “블로그보다는 타 사이트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더 많이 얻는 편이다”라며 “(블로거 같은) 1인정보 제공이 아닌 댓글참여로 이뤄지는 커뮤니티는 다수의 검증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더욱 신뢰 하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한 인터넷쇼핑몰의 상품평. 적극추천한다는 후기로 가득차 있다.     © 데일리코스메틱
하지만 화장품 업체들도 이러한 커뮤니티의 위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실제 E브랜드는 이 커뮤니티에 일반 회원인 것으로 위장 가입해 자사의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후기를 주기적으로 올리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조작글이 계속되자 동일회원이 같은 브랜드의 제품 후기만 올린다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커뮤니티 회원들의 의심을 하게 됐고 결국 이 회원은 E브랜드의 직원인 것으로 밝혀져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서풀꽃(가명, 26)씨도 “화장품을 사기전에는 인터넷을 통한 검색으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꼼꼼히 읽어보고 구입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서씨는 “향수 브랜드에서 인턴으로 일 한 적이 있다”며 “그 때 윗선에서는 개인블로그를 만들어 제품을 사용해 본 것처럼 긍정적인 후기를 작성하라고 지시했었다”며 파워블로거들의 후기와 상품평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매장에 직접 가서 테스트를 해볼 여건이 안 되는 경우 파워블로거들이 올려놓은 발색테스트나 기초라인의 텍스쳐샷은 참고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최근 소비자들은 파워블로거를 예전처럼 자신의 입장을 대신해 다양한 화장품을 먼저 접해보고 장·단점을 알려주는 ‘얼리어답터’라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들의 포스팅을 무조건 신뢰하는 모습이 아닌 단순히 ‘광고’로 접하고, 필요한 정보만 걸러서 받아들이는 모습으로 변화한 것이 파워블로거의 진화된 모습인지 퇴화된 모습인지 분간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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