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 피해조사, 이후 법안심사기간 모두 첩첩산중

400여건의 피해자를 양산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방안 마련에 장애물이 많다. (사진:이혜복)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논란이 된지 2년 만에 구제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열린다. 12일 공청회를 앞두고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공청회가 피해보상 시행이라는 실질적 결과를 얻는 단초가 될지는 미지수다. 

현재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 법률안’ 등을 비롯해 총 4개의 관련 법안이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상태다. 장 의원은 지난 4월 환경부 소관 추경예산 심사에 피해자 긴급구제를 위한 200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기존에 있었던 50억 원도 전액 삭감된 상태다.

가습기살균제는 2011년 8월 보건복지부의 공식발표로 피해 사실이 인정됐다. 질병관리본부의 폐손상 역학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 사용집단에서 원인 미상의 폐손상이 확인됐다. 피해를 유발한 제품에는 유독물질 PHMG, PGH, CMIT/MIT가 들었다.  

질병관리본부, 피해자 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이하 시민센터)를 통해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는 401건(5월 기준)으로, 현재도 추가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다. 사망자는 127명이고 영유아 환자가 대부분인데다 전국적으로 피해가 보고된 초유의 사태다. 

피해자와 가족들은 모임을 만들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돌아가며 200여회의 1인 시위를 개최하고, 방대한 진료기록과 가습기살균제 사용 증거를 모으며 바삐 뛰어다녔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사람들의 관심이 식어가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기업과의 민사 소송, 정부 및 국회 방문 간담회 등 대책 마련을 위해서도 열심이다.  

이번 공청회는 피해자들에겐 굉장히 어렵게 마련된 기회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피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제품을 회수했으나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피해자들은 “사람들이 이미 피해보상 다 받고 끝난 일인 줄로만 알아 속상하다”고 입모아 말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대책마련이 더 미뤄지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장하나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법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에 열렸어야 하나 여야간 입장 차이로 미뤄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공청회 당일 기업의 책임회피와 여야의 의견 충돌, 기획재정부의 완강한 반대 가능성 등 변수도 많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제조기업은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책임을 피하고 있다.  

관계자는 “공청회 이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회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며 그간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피해의심사례 조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예산으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주관하는 이번 조사는 지난 1일부터 시작해 다음달까지 진행한다. 법으로 마련된 상설 조사가 아니라 임시 실태파악 조사라 이번이 아니면 공식적으로 조사받고 피해사실을 인정받을 기회도 없다.  

조사의 중요도에 비해 홍보가 부족해 피해사례 401건 중 현재 15건의 조사가 이뤄진 상태다.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청자 접수를 받았지만 지금은 의심사례 신고자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의 임상 의료 검사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도 “심각한 피해자가 많음에도 초반 참여가 저조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피해자들도 조사에 선뜻 나서기 어려워한다. 피해자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이 고생해서겨우 얻어낸 기회이고 꼭 해야 되는 조사인 줄 알지만 장기간 투병으로 방대한 진료기록, 의무기록을 받는 게 어렵다”는 이야기가 오간다.  

지방에 거주하는 피해자는 생업과 병환 때문에 국립중앙의료원까지 오는 것이 힘듦을 토로했다. 피해발생이 오래 전 일이라 사용 증거를 수집하기도 어렵고 검사 과정에서 심리적 트라우마를 건드릴 가능성도 있다.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8월 중순까지 되도록 빨리 마무리해 9월 판정과 법안 마련에 반영될 수 있게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12일 국회에서 개최하는 공청회에는 피해자 대표, 기업 관계자, 환경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법안‧의학 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참여해 진술하고 토론한다. 기업 관계자로는 가장 많은 피해를 양산한 옥시 ‘가습기당번’의 판매사 옥시래킷벤키저 관계자가 발언할 예정이다. 진술자 실명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옥시만 '미정'으로 게시돼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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