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커도 기업보호위해 누더기 통과, 시행 늦어 '사후 약방문'

▲ 환경부 윤성규 장관.(사진:환경부)
유해한 화학물질로 입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5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이 제정돼 2015년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관리예정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돼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화평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 삼성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구미 불산 사고 등 화학물질안전사고 이후 피해를 사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기업과의 협의를 거쳐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연간 1톤 이상 제조․수입되는 기존화학물질과 신규화학물질에 의무적으로 유해성 심사를 한다. 또 제품 중 유해화학물질 함유제품은 폐기 또는 회수할 수 있다. 또 ‘유해성’이 아니라 ‘위해성’에 기반한 관리로 전환된다. 유해성은 성분이 가진 위험한 성질이고, 위해성은 유해성과 성분 노출가능성을 고려한 파급효과다.
 
성분의 유해성이 높으면 조금만 노출돼도 큰 피해를 입고, 반대로 유해성이 작다 해도 노출가능성이 높으면 역시 피해가 커진다. 화장품과 생활용품은 노출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일상제품이므로 소량의 성분으로도 위해성이 크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이 맡았던 생활화학용품 안전관리 업무는 2015년부터 환경부로 이관된다. 기존 관리되던 품목은 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광택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섬유유연제다. 내후년부터 추가 관리 품목으로 스티커 제거제, 표면보호 코팅제, 문신용 염료, 소독제, 방충제, 미생물 탈취제, 방청제, 김서림 방지제가 들어간다.
 
하지만 법이 제정된 지 두달도 채 안 돼 추가 관리 예정 품목 문신용 염료에서 발암의심물질과 중금속이 검출됐다.문신용 염료는 연간 약 80만명이 문신 시술을 받고 노출가능성이 큰 제품이다. 또 피부에 직접 사용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기준치 이하의 중금속 검출도 위험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소비자원의 지난 11일 발표에 따르면 조사대상 11종 중 1종에 발암의심물질 나프탈렌과 크리센이 유럽연합(EU) 허용치보다 1천320배나 웃돌게 들어 있었다. 또 2종에선 신경계 이상을 유발하는 중금속 바륨이 EU 허용치의 485배 이상 검출됐다.
 
위 3가지 성분은 국내법상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성분이다. 2009년 식약처는 문신용 염료에서 납, 비소 등이 검출됨을 확인해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문신용 염료는 내후년에야 관리품목으로 추가돼 아직 대책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은 문신용 염료의 안전관리대책 마련과 소관부처의 명확화, 표시사항 개선, 유해물질 검출 제품 회수를 정부기관에 요청할 예정이다.
 
한편, 화평법은 제정 전부터 반발이 많았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의 발의 당시엔 화학물질 사용 업체가 화학물질의 용도와 사용량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동자의 작업환경 보호와 소비자 피해발생 시 원인규명을 위해서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환경부 윤성규 장관이 “산업계가 부담 받는 부분이 많다”며 개정을 요구했다. 결국 ‘제조․수입․사용․판매하는 사업자의 보고 규정’에서 ‘사용’ 부분이 삭제된 채 제정됐다. 화학물질 사용 기업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고는 언제는 일어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현재 공식집계된 피해사례만 401건에 사망자 127명을 양산한 초유의 사태다. 화평법 발의 당시 이 사태를 염두에 둬 기업의 화학물질 사용을 보고하게 해 소비자 피해 원인 규명을 쉽게 하고자 했으나 기업의 반발로 실패했다.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