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 전휴성 기자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이는 양 잃고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잘못을 깨달았으나 이미 때는 늦었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 말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와 같은 개념이다. 갑자기 이 사자성어를 논하는 이유는 옥시레킷벤키저가 망양보뢰하지 말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는 사회문제를 일으킨 기업이 어떻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는지 잘 보았다. ‘갑의 횡포’의 시발점인 남양유업은 거짓된 초동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믿음을 잃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국내 유업 1위 자리를 타 브랜드에 내주는 신세가 됐다. 지금도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 남양유업의 우유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다 시피하다. 현재 남양유업과 대리점주 간의 협상이 타결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만신창이가 된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와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노는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옥시레킷벤키저도 이와 비슷한 대응으로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우리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파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 127명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 그 중심에 옥시레킷벤키저가 연루되어 있다. 옥시레킷벤킨저가 2011년까지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은 전체 사망사례 127건 중 78명에게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업은 국민적 사과는 고사하고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불참하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이 기업의 주방세제 제품인 ‘데톨 3in1 키친 시스템'이 산도(ph) 4.0으로 1종 세제로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서도 옥시는 초지일관 모르쇠다.

소비자들은 옥시레킷벤키저가 국민을 죽이는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 기업은 귀를 닫은 채 소송중이기 때문에 어떠한 대응도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 없이 기업이 존재할 수 없다. 옥시는 지난 1999년 기준 1천2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생활용품업체 중 4위회사로 세제류와 위생용품 세정제류를 생산하던 국내 기업이었다. 특히 옥시크린과 '물먹는하마'는 제품군중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소비자들은 이 기업 제품을 믿었다. 레킷 벤키저에 인수된 뒤 옥시는 초심을 잃었다. 이제는 국민의 선망의 대상이 아니라 문제아가 됐다.

지금 소송 중이기 때문에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는 옥시레킷벤키저가 밝힌 입장도 이해가 간다. 소송에 지면 자의와 상관없이 잘못을 시인하게 되고 결국 피해보상부터 제품 퇴출까지 소송에서 패했을 때 올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에 이 기업이 몸을 사리는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도덕한 행동이다. 소송과 상관없이 피해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야 하며, 이에 상응하는 행동도 적극적으로 보여야 한다. 소비자들이 없이 옥시레킷벤키저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피해자 가족 장동만 씨가 외친 말이 떠오른다. “내 딸은 어린 나이에 피를 토하며 죽었고 병상의 아내는 고통스러워하며 차라리 죽여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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