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수렴과 기업 윤리를 일치시키는 차원에서 신중함 필요

[데일리코스메틱=이슬기 수습기자] 오는 2월 초 개봉 예정인 멜로·로맨스 영화 '쎄시봉'이 개봉 전부터 네티즌들에게 네이버 평점 테러를 당하며 2.95(10점 만점)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주연인 탤런트 겸 영화배우 한효주의 동생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른 바 ‘한 모 중위 사건’ 혹은 ‘김 일병 사건’ 때문이다.

지난 2013년 7월 공군 성남비행단 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김모 일병이 부대 내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는데, 사건관련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한 모 중위가 한효주의 동생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한 중위는 지난해 9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네티즌들은 대외적으로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효주에게 공인으로서,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연대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한효주가 모델을 맡은 숨37(좌), 영화 쎄시봉 포스터(중),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 화면 캡쳐(우)

이 사건으로 한효주가 지난 2009년부터 모델을 맡고 있는 LG생활건강의 발효화장품 브랜드 ‘숨 37’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한효주는 현재 숨 외에도 ‘SSG 닷컴’, ‘한국타이어’ 등의 업체 광고를 맡고 있다. 지난 9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슈 청원에 제기된 ‘한효주 광고 퇴출 운동’과 이번 쎄시봉 평점 테러사건으로 비추어 볼 때 네티즌들의 분노가 쉬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송혜교가 모델을 맡은 라네즈,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포스터

사실 이러한 광고모델의 도덕성과 관련해 적합성 논란이 된 것은 이번 뿐만은 아니다. 인기 배우 송혜교가 지난 8월 25억 탈세 사실이 밝혀지면서 같은 해 9월 연이어 개봉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시사회에서 직접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송혜교는 2008년 이후 현재까지 약 7년간 라네즈 뮤즈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오랜 기간 라네즈의 얼굴로서 활동한 만큼 타격도 컸을 터. 이에 대해 라네즈 홍보대행사 측은 당시 “이와 관련 본사 지침이 없어 드릴 수 있는 답변이 없다”는 말로 입장을 대신했다.

▲전지현 씨가 모델로 있는 헤라(상), 장백산 생수 광고 포스터(하)

그런가하면 지난 2월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전지현이 장백산(長白山, 백두산의 중국 명칭) 생수 모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논란이 된 장백산이라는 명칭은 동북공정과 관련, 한국과 중국 양쪽 모두에 민감한 주제이다. 당시 여론은  '역사의식이 부족했던' 전지현의 경솔한 행보를 꾸짖었으며, 많은 사람들은 전지현이 광고모델로 있는 업체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전지현은 아모레퍼시픽 그룹 브랜드 헤라의 전속모델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배우 전지현씨는 다양한 매력의 소유자이기에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립에 큰 지장을 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광고모델의 도덕성과 그들의 이미지, 더 나아가 광고업체 및 제품 이미지를 연결시키는 것은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은 고급스러움, 단아함 등과 같은 그들의 외적 이미지이지 도덕성까지 운운한다면 논쟁은 끝이 없을 것이란 주장이 그것이다. 도덕성은 어디까지나 연예인들의 사적 영역의 문제라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연예인들의  공적 위치와 그로 인한 강력한 파급력을 볼 때, 그들의 도덕성과 이미지를 따로 떼어서 보기 시작한다면 이는 곧 사회적 윤리와 기업 윤리에 반하는 풍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다.

‘지혜’, ‘내면과 외면의 조화’, ‘정도경영’ 등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화장품 기업들이 내세우는 가치와 윤리규범들이다. 비단 외적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깊은 의미이다. 더군다나 ‘K-beauty'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전 세계의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 가운데, 광고 모델의 사회적으로 적절치 못 한 행동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의 가치도 함께 퇴색되지 않겠는가.

지난 2011년 탤런트 정혜영이 랑콤 코리아의 모델로 발탁된 바 있다. 발탁 이유로 당시 랑콤 코리아 측은 그가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혜영은 기부천사라 불리며 배우자 션과 함께 사회 무료봉사와 각종 나눔 운동을 통해 공인으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예인 중 한 명이다. 랑콤 본사에서도 정혜영이 가진 이미지와 분위기에 만족스러워 했다는 후문.

'쎄시봉' 평점 테러 사건을 비롯한 ‘연예인의 도덕성’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일으킬 때마다 ‘광고 모델과 우리 회사 이미지를 따로 봐 달라’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그것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앞으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이 그들의 뮤즈가 될 광고 모델들을 선정함에 있어 '아름다움'에 대한 재정의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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