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처음 접하는 연령대 낮아져... 대중매체, 아이돌 영향만 있나

[데일리코스메틱=홍승해 인턴기자] 최근 한 SNS에서 걸그룹 투에니원의 멤버 CL(씨엘)의 화장을 따라하는 초등학생의 셀프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사람들은 어린 아이가 어설프게 화장하는 모습을 보고 "풋풋하다", "아이라인 사용법이 어설프지만 귀여워 보인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웃고 넘기곤 했다. 이제  화장하는 초등학생을 우리 주변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걸그룹 화장법을 따라하는 한 초등학생의 동영상 (ⓒ http://youtu.be/2FX4IHhC_WY)

실제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화장품을 접하는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고교시절 혹은 그 이후에 화장품을 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허나 이제는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화장품 파우치를 친구와 공유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화장품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꼬마 유튜버'들의 등장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들의 어색한 행보가 우려스럽기도하다.

▲  최초 화장품을 접한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숙명여자대학교 향장미용학과 석사과정논문인용, EBS다큐 5월 방송)

# 소꿉놀이가 아닌 화장놀이하는 아이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나

이러한 현상은  무엇보다 대중매체, 특히 아이돌의 영향이 가장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아이돌의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TV에 나와 화장을 하고 높은 구두를 신으면서 어른 흉내를 내는 모습이 초등학생들 눈엔 마냥 예뻐보이고 멋있어 보일 것이다. 지금의 성인들도 어린시절, 예뻐보이기 위해 화장품을 몰래 써보고 했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화장품 회사들은 이제  청소년 화장품 라인을 따로 출시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고있다. 출연하는 모델 또한 청소년이다. 이런 모습들은 아이들 스스로 "저 모델도 나랑 동갑인데 화장품 모델을 하잖아"라고 말할 정도로  화장의 자연스러움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한다.

다음으로 학부모와 교사가 예전엔 아이들의 화장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위 신세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몰래 숨어 화장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신의 앞에서 떳떳하고 자연스럽게 화장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학교 교사들도 이제 자신들 앞에서 당당하게 비비크림을 바르는 아이들을 더이상 말리지 않는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도 아이들의 화장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은 혼자 남게 된다. 본능적으로 미(美)에 관심많은 여자아이들은 화장품에 눈을 돌리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것이다. 예전엔 엄마의 화장대에 있는 립스틱을 숨죽여 훔쳐 발랐다면, 이제는 자신들이 화장하는 모습을 공공연하게 떠벌린다는 점이다.

▲ 자신이 화장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아 스스로 SNS사이트에 올리는 초등학생 (ⓒhttp://youtu.be/o7tJhCyVGGI)

# 아이들이 화장품에 손을 대는 진짜 이유

화학성분이 강한 성인 화장품을 아이들이 쓰면 건강에 안좋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신체건강상의 위해 못지않게 아이들의 정서적 소양 즉, '정신건강문제'를 더욱 걱정한다. 

소아 내분비학 전문의 이지은 교수는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를 '정신적 위안'에서 찾는다. 즉,  화장을 통해 스스로 만족을 얻고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남에게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것. 이교수는 대안으로 또다른 취미를 찾을 것을 제안한다. 화장보다 더 재미있는 것을 아이들 스스로 찾거나 주변에서 찾게해준다면 화장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냥 아이들에게 '화장해서는 안된다' 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타이르는 것은 아이들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아이, 조카 혹은 어린 동생이 몰래 화장품에 손을 대고 있다면 혼을 내기 전에 먼저 그들이 화장품 이외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다른 어떤 것들이 주변에 있는지, 그리고  나 자신은 아이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존재였는지 한번쯤 되돌아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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