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 '쑥과 마늘'향으로 향초 시장에 출사표 던진 머그워트앤갈릭 권태성 대표 인터뷰

[데일리코스메틱=특별취재팀] "한국의 향기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 해 한국적 향의 부흥을 일으키고 나아가 서양에도 이를 전파하는 것이 머그워트앤갈릭의 목표이자 꿈입니다."

한국의 향초 시장에 전에 없던 특이한 콘셉트를 내세운 브랜드가 등장했다. 단군신화를 모티브로 하며 향초에 한국적 향을 담았다는 ‘머그워트 앤 갈릭(Mugwort&Garlic, 쑥과 마늘)’이 주인공이다.

이 브랜드는 서양에서 온 향기로 가득한 한국의 향초 시장에서 한국적 향으로 승부수를 뒀다. 여기에 도예가의 도자기 작품에 향초를 담아 한국적 느낌과 고급스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또 제품의 각 향기는 ‘대나무 숲 안개’, ‘첫 눈 오는 밤’, ‘산사의 아침’ 등 시적인 감성이 가득한 이름을 가졌다.

하지만 이전에는 없던 콘셉트이기에 나열된 정보만으로는 이 브랜드를 이해하기에 부족하다. 데일리코스메틱은 27일 오후, ‘머그워트 앤 갈릭’에 대한 궁금증을 가득 안고 브랜드의 권태성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머그워트앤갈릭의 권태성 대표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모티브와 콘셉트를 ‘한국적 향기’로 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한국에서 ‘홈 프레그런스’라 불리는 향초·향기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지만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서 들어온 브랜드이고, 향도 모두 외국의 허브 향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적인 향과 홈 프레그런스를 접목시켜 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러던 중 15년쯤 전 출간된 박중곤 작가의 ‘한국의 향기 문화’라는 책을 알게 됐고, 이미 절판된 상태라 중고 시장을 통해 겨우 책을 구했다.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책을 펴, 앉은 자리에서 밑줄을 그어가며 독파했다. 책을 읽은 후 한국의 향기 문화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음을 깨달았다. 책이 브랜드의 콘셉트를 잡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고, 사업 진행에 있어서도 많은 힌트를 줬다.”

-한국 향기 문화의 역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삼국시대 때 신라에서 향료를 생산하여 아랍 쪽 국가 ‘사라센’에 수출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시대에는 ‘향도’라는 조직도 있었다. 향도는 불교와 연관이 있는 종교 조직으로 향나무를 땅에 묻는 ‘매향(埋香)’을 통해 일종의 향기로 정신적인 것을 통제하는 활동을 했다. 또한 조선시대 조정에는 ‘향군사’라는 향 전담 병사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삶의 곳곳에도 향기 문화는 깃들어 있었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의 여성과 남성들은 ‘향낭(香囊)'이라는 향기 주머니를 옷에 지니고 다녔다. 우리 선조들은 한복에 다는 장신구인 노리개와 함께 향낭을 품어 몸에서 은은한 향이 나게 했다고 한다. ‘향반(香飯)’이라고 하는 움푹한 쟁반에 향기의 재료들을 담아 두는 한국식 ‘포푸리’ 문화도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거치면서 삶이 피폐해지고 가난이 심해지자 이런 향기 문화도 점차 사라져간 것 같다. 잊힌 한국적 향기 문화의 부흥을 꿈꾸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굳혔다.”

▲툇마루 햇빛조각, 봄봄봄의 상자와 제품 모습

-향 각각의 이름이 ‘툇마루 햇살조각’, ‘봄봄봄’, ‘여름 소나기’ 등으로 특이하면서 감성적이다. 어떻게 지어진 이름인가?

“처음 향을 구상할 때, 플로럴·우디·스파이시 등으로 향을 설명하는 서양의 틀에 맞추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면 공감하며 공통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만 한 ‘이미지’를 토대로 향의 이름을 짓기 시작했다. 먼저 한국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향기의 소재, 즉 대나무·난초·편백·솔방울·한국의 과일 등을 먼저 나열해놓고 이런 향을 표현할 수 있을만한 장소적·문학적 표현법을 찾았다. 그렇게 향기의 이름이 하나, 둘 탄생하게 됐다. 이름을 먼저 정하고 조향은 이후에 이뤄졌다. 조향에 대해서는 아까 언급한 책을 빼놓을 수 없는데, 책 속에는  지자체의 문의로 각 지방의 향을 나타내는 ‘노고단’, ‘설악’, ‘서라벌’, ‘제주’ 등 향수를 만든 조향사의 실명이 적혀 있었다. 그분을 수소문해 직접 브랜드의 콘셉트와 방향 등에 대해 말씀드리자, 흔쾌히 조향에 응해주셨다. 그분을 통해 감성적인 향의 이름에 맞는 한국적 향기가 탄생하게 됐다.”

-향초를 도자기에 담을 생각은 어떻게 한 것인지?

"한국의 향을 담는 데 유리그릇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도자기’였다. 미술평론가 유홍준 교수의 책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한류의 원조는 ‘도자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의 도자기 문화는 예로부터 뛰어난 수준을 자랑해 중국과 일본에서 각광 받았다. 고려청자와 백자, 조선시대 분청사기 등은 한국의 뛰어난 도자기 문화를 보여주는 예이다. 이처럼 한국의 자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도자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소재지만 한국의 향을 담은 초와 접목시킨다면 단순 공산품이 아닌 문화적 성격을 지닌 향초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를 통해 도예가들과의 문화적 교류 및 상생을 도모하고자 했다."

-10명의 도예가 섭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면?

"여러 명의 도예가를 섭외하는 과정이 흥미롭고 즐거웠다. 농촌 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 도너츠를 사들고 가면 좋아했다. 또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빌린 농가, 뱀이 들어 올까봐 문 앞에 막아놓은 널빤지 등이 열악한 환경임을 짐작케 했지만 작가들이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작품에 몰두하는 모습에 내가 감명을 받기도 했다. 사실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가 예술품으로 인정받고 더 많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하는 이 작업을 통해 일상생활과는 멀어져 버린 도자기가 생활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 믿는다."

-'머그워트앤갈릭'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머그워트앤갈릭이 표방하는 브랜드 정체성은 'The Spiritual light and scent of Korea', 즉 한국의 정신적 빛과 향이다. 우리는 한국의 빛과 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사람들이 이를 재평가하고 재발견하게끔 만들고, 나아가 서양에도 이를 전파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향초 문화는 서양발(發)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만 한국적인 것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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