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으로 철수하는 브랜드도 발생

[데일리코스메틱=정아희 기자] 계속되는 엔저현상에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2013년 일본은행이 기습적으로 양적 금융완화 확대 정책을 발표한 이후 계속되는 엔저현상으로 일본 현지에서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1년간 엔화 환율. 계속되는 엔저현상에 국내기업들이 일본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 순항하던 K뷰티의 선두주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계열사 내 최고(最高)가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AMOREPACIFIC)' 일본 매장 4곳을 모두 접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이 아닌 '사업 조정'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화장품기업들의 실적 역시 악화되고 있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매장)인 미샤가 일본 시장에서 기록한 지난해 3분기 누적은 123억4300만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0% 줄어들었다. 분기순손실은 17억736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뛰드, 이니스프리 등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지난해 일본에서 3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매출액은 2013년 476억원에서 지난해 457억원으로 감소했다.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수출량도 변했다. 2012년까지 일본은 한국화장품의 단골 수출국이었다. 그러나 대일본 수출은 전체 화장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년 사이 절반 이하로 낮아져 크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일본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7%로, 2012년(17.4%)과 비교하면 무려 10% 포인트 가까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최근 계속된 경제부진으로 가격을 아주 민감하게 생각하는 일본인들의 소비행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고가인 한국발 수출화장품들을 기피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엔저현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된 일본 저가 화장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요즘 국내 드러그스토어에서 유난히 일본산 수입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일본을 향하는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일본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340만 명으로 2013년 대비 30% 증가했고, 숙박, 쇼핑 등에 사용한 돈은 약 2조 엔(약 18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엔저로 면세품 구입이 확대되고 일본을 여행지로 선택하는 관광객이 증가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내 외국인 관광객들의 화장품 구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외국인 여행자에 대한 소비세의 면세 대상에 화장품이 포함된 덕분으로 보인다. 엔저가 한국 화장품 업들에게는 '악재'로, 일본 화장품 기업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중국, 홍콩, 미국 등 전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유례없는 ‘수출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화장품이 유난히도 일본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계속되는 엔저에 우리 화장품업계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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