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화장품 고시 시행 6개월...토종기업 보다 글로벌 브랜드 약진 두드러져

[데일리코스메틱=박일우 기자] 국내 유기농화장품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토종기업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커지는 시장수요 대부분을 외국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글로벌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친환경화장품과의 모호한 구분이 유기농화장품 시장에서 토종기업들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범세계적 웰빙(well-being)과 유기농 트렌드에 따라 유기농화장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유기농화장품 시장규모는 연평균 7~8% 성장해 2020년 약 157억달러(18조4000억)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와 궤를 같이하며 국내 유기농화장품 시장도 2013년 1600억원대 규모에서 2020년 3000억원대로 대폭 성장이 기대된다.

▲ 국내 유기농 화장품 시장에서 토종기업 보다 글로벌 브랜드 약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적 조류에 편승, 정부도 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지난 6월 '유기농화장품의 기준에 관한 규정' 고시를 제정, 시행 중이다.

유기농화장품 고시 제정은 유기농화장품 업계 숙원 중 하나였다. 고시 시행 전까지 국내 유기농화장품 기준이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머물러 업체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쌓여왔기 때문이다.

6월 고시 시행으로 제도가 보완됨에 따라 유기농화장품 시장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건은 갖추게 됐다. 특히 고시가 그동안 대다수 국내업체들이 활용해왔던 유럽, 미국 등 해외인증기관 기준과 거의 유사하게 제정돼 업체들의 혼란도 피했다.

하지만 고시 시행 6개월이 지난 현재 토종 유기농화장품 기업의 성장세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올해 국내에서 유기농 코코넛오일 열풍이 불어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출시해 재미를 봤지만, 토종기업 히트상품은 찾기 어려울 정도다.

되레 유기농화장품 고시 제정 이후 글로벌 브랜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온뜨레, 닥터브로너스, 주이오가닉 등 익히 알려진 글로벌 브랜드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고, 최근에는 폴란드, 뉴질랜드 등 신규 유기농화장품 브랜드의 국내 출시도 봇물을 이루는 실정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20~40대 여성층을 중심으로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인데, 이렇게 토종기업들 성장이 더디다간 우리의 제1먹거리마저 놓치게 될 수도 있다.

토종기업이 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기농화장품이 고가이기 때문이다.

토종기업들은 높은 가격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쉽지 않다.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단시간에 인지도를 띄울 수 있는 마케팅 여력도 부족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유기농화장품 시장 확대에 대한 수혜 대부분을 글로벌 브랜드가 가져가는 구조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친환경화장품과 모호한 경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해외국가와 달리 국내에는 친환경화장품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업체들이 친환경과 유기농이란 단어를 혼재해서 마케팅과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시대 흐름에 따라 국내 대다수 브랜드가 친환경을 표방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로선 유기농과 친환경에 대한 인식이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해외에서 설화수, 후 등 한방화장품과 프리메라, 비욘드 등 천연화장품을 모두 친환경/유기농 화장품으로 아울러 구분짓는다는 점도 국내에서부터 유기농화장품과 친환경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유기농화장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는 추세인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유기농화장품 전문브랜드가 왜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이들이 왜 프리메라(아모레퍼시픽), 비욘드(LG생활건강) 같은 친환경 브랜드는 보유하면서도 유기농화장품 시장에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기농화장품 시장이 발전하고 토종기업들이 성장하려면 반드시 국내 인증기관이 설립돼야 한다"며 "해외인증기관 이용에 대한 시간과 비용을 차치하고라도 국내 인증기관이 설립되면 그 자체로 유기농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내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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