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억압의 상징인 히잡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도 일어...
[뷰티경제=한승아 기자] 최근 명품 브랜드의 '히자비스타(hijabista·히잡+패셔니스타)' 마케팅과 관련, 국내외에서 '여성인권 저해'인가 '표현의 자유'인가를 놓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일고 있다.
히잡은 본래 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와 목 등을 감추기 위해서 쓰는 가리개다. 그러나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중동 산유국들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무슬림 소비자를 잡기 위한 패션업계의 마케팅이 뜨겁다. H&M·DKNY·토미힐피거 등 해외 유수의 브랜드가 무슬림 패션 컬렉션을 선보이는가 하면, 영국 등 해외 백화점에서는 라마단 패션 카테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동의 부유한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명품 브랜드의 공략이 거세다. 고급 의상으로 사회적 지위나 부(富)를 표현하는 무슬림 소비자들을 잡기위해 특화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달 공개된 돌체앤가바나(D&G) '아바야(abaya) 컬렉션'이다. 돌체앤가바나는 블랙과 베이지톤의 원단에 장미나 데이지 프린트를 더한 고급 히잡과 무슬림 의류를 선보였다.
그러나 패션업계의 이러한 무슬림 마케팅에 대해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무슬림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표현의 자유'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명품 브랜드가 돈에 눈이 멀어 여성 인권에까지 자본 논리를 개입시켰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다.
이와관련 대학생 안유진(26세)양은 "히잡은 여성 인권 억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가 히잡을 단순한 패션 아이템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여성 인권 억압'이라는 히잡의 문제의식 자체가 훼손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아름(29세·가명)씨는 "히잡은 써야하는 '의무'는 있으나, 벗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이슬람 여성의 히잡을 단순한 전통 복식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아직도 히잡 벗기 운동을 하다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중동 여성들이 많은데, 명품 브랜드의 상업적인 마케팅을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가 없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의 히자비스타 마케팅에 긍정적인 의견도 있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박지호(27세·가명)씨는 "무슬림 패션을 굳이 여성 인권과 연관지어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원래 명품브랜드는 각 국가의 문화를 반영한 특별한 컬렉션을 항상 선보여왔다. 샤넬 크루즈쇼만해도 중국, 두바이, 한국 등에서 진행됐다. 히잡 컬렉션 역시 그 국가의 문화를 반영한, 특화된 판매 상품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소비자 이희준(31세)씨는 "일때문에 중동 국가에서 꽤 오랜시간 거주했다. 그래서인지 히잡이 그들의 당연한 문화로 여겨진다. 최근 출시된 돌체앤가바나의 히잡 또한 독특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히려 검은색이 아닌 이러한 명품브랜드의 화려한 히잡이 '여성 인권 억압'이라는 이슬람 문화의 상징을 깰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의 명품 시장 규모는 87억 달러에 달해 전년도보다 28%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