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안티폴루션 화장품 긴급 진단 1] 식약처 명확한 규정없어 업체 개발·출시 꺼려

전세계에서 환경오염이 화두로 떠오르며 뷰티업계에도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뷰티경제는 창간 13주년을 맞아 국내외 안티폴루션 화장품 현황에 관한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보도한다.

①국내 안티폴루션 화장품, 왜 개발 더딘가?
②국내 기업의 안티폴루션 화장품 대중국 진출 현황
③중국인들의 한국 안티폴루션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

[뷰티경제=한승아 기자] 환경 오염이 날로 심각해지며 세계 뷰티 시장에서 '안티폴루션(Antil-pollution)' 화장품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국내 기업만큼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수입사들은 황사가 심해지는 봄철을 맞아 안티폴루션 화장품으로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디올·키엘·랑콤 등 굵직한 수입브랜드가 모두 안티폴루션을 앞세운 신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디올 '원 에센셜 시티 디펜스', 키엘 '미세먼지 차단 허벌 마스크' 등은 제품명에 직접적으로 안티폴루션 화장품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안티폴루션 화장품을 출시한 기업도 극히 드물 뿐더러, 임상시험을 통해 기능을 인증 받았어도 제품명에 이를 직접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한 한국 화장품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도 안티폴루션 화장품이 크게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사들은 개발 단계부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부재에 국내 기업들이 안티폴루션 화장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티폴루션에 대한 명확한 식약처 지침이 없어 자칫했다가는 과대광고로 처분만 받는다는 이야기다.

A모 로드숍 홍보 관계자는 "대개 안티폴루션 화장품 원리는 미세먼지를 자석 극의 반발력으로 피부로부터 밀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미백이나 자외선차단 화장품과 달리 안티폴루션 화장품은 명확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래서 제품에 직접적으로 안티 더스트나 안티 폴루션 단어를 집어넣기보다는 상품 설명을 통해 이를 우회적으로 알렸다. 또 과대광고로 제재받을 위험이 있어 제품 설명에도 '완벽한 차단' 등의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 또한 "안티폴루션 화장품은 개발 단계에서부터 부침이 있다. 일단 안티폴루션 화장품으로 홍보를 하려면 임상시험이나 개발 단계에서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이 임상시험에 대한 명확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 업체들이 개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티폴루션은 방진 등 그 기능별로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어떻게' 그 기능을 증명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이 나온다. 화장품이 미세먼지를 얼굴에 달라붙지 않게 하더라도, 도대체 그 효능을 어떤 식으로 입증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임상시험을 완료하더라도 식약처의 광고 규제가 엄격해 제품을 적극적으로 안티폴루션 화장품으로 홍보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미흡한 국내 인식 역시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D모 화장품사 관계자는 "중국에 아무리 안티폴루션 화장품이 뜬다고 하더라도 국내에서 먼저 반응이 있어야 제품 출시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은 화장품을 발라서 미세먼지를 사전 차단하는 것보다는, 얼굴에 이미 묻은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것에 더 주안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클렌징 제품의 경우 임상시험을 통해 미세먼지에 탁월한 세정력이 있다는 데이터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사실 육안으로 효과가 드러나는게 아니다 보니 소비자들이 일반 제품과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국내 안티폴루션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려면 국내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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