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 화장품 3] 자신감 잃지않고 신대륙 발굴과 개발 준비할 때

중국 정부가 최근 강력한 화장품 밀수금지 조치를 밝히면서 일명 '따이공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뷰티경제는 한국 화장품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온 '따이공 화장품'의 역사를 3부에 걸쳐 되짚어보고 이를 객관적 시각으로 평가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①한국 화장품의 중국 진출
②'따이공 화장품'의 출현
③'따이공 화장품'을 넘어라

[뷰티경제=한상익 기자] 메르스 사태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화장품 밀수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에 수십여 개의 ‘따이공 화장품’망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현재는 이들에 대한 동정이 특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중국은 한국의 화장품에 숨은 '놀라운 비밀'을 발견했다. ‘화장품 전문 OEM'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일부 화장품사를 제외하고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은 회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든 중국에서는 이름 있는 대한민국 화장품이다. 같은 곳에서 생산을 하는데 이름만 다를 뿐 가격은 더 싸다는 등식이 성립됐다. 그러자 이들 중국 유통업체들은 구하기도 어렵고 이익이 나지 않는 제품을 굳이 유통시키기보다는 직접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으로 물꼬를 틀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제품 수급과 가격차가 큰 일부 중소기업 화장품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이익률이 높다는 가격적인 장점은 있지만 대기업처럼 위생허가 등 규정 준비가 미흡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부랴부랴 중국 정부에 위생허가를 신청하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는 않았다. 많은 회사들이 중국에 이미 위생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어쨌든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소기업들에게는 기회다. 현재 잇츠스킨이나 메디힐 마스크 팩, 그리고 마유크림 등이 이같은 난관을 헤치고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화장품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을 입증해 냈다.

이 회사들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이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들은 자본력이 없어 그 흔한 로드숍이라는 오프라인 세일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있다 하더라도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므로 위력적이지 않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그동안 대한민국 화장품업계나 언론들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니 있는지조차 몰랐다. 이와 함께 국내 판매보다는 해외 즉 중국에서의 판매 비중이 월등히 높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무관심과 자본 부족이라는 ‘더블 악재’ 속에서 버텨 해외 투자를 이루어냈다. 이제 거기서 더 나아가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 여부를 검토하면서부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중국을 직접 다니면서 중국 일선 유통업체들과 수많은 협상을 거듭해 왔다.

이들은 대기업이 아닌 대한민국 화장품 중소기업으로서 약진했다는 점만으로도 사회적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나머지 중소기업들에도 ‘할 수 있다’와 ‘하면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이제 중국은 내부의 상황 변화에 따라 ‘따이공 화장품’ 근절 대책이 지난해부터 강도 높게 시행되고 있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규정을 준수해 수입하고 세금을 내라는 게 중국 정부의 논리로 여겨진다. 그러려면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고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화장품을 아예 금지한 것은 아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채널이 아닌, 인터넷 쇼핑몰과 상하이 등 중국 일부 지역의 자유무역특구를 통해서는 합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놓았다. 또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문제가 없다.

중국 정부는 밀수화장품에 대한 양성화로 세금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외국 화장품에 대해 정확한 수입 통계와 자료 확보 등 얻는 게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튼 70년이 다 되도록 10조원대 국내 화장품시장을 놓고 국내사와 수입사,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제로섬게임'만을 해온 화장품업계로서는 중국이 호재로 작용한 것만큼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 화장품을 중국 곳곳에 파급시킨 데에는 중국의 유통업체와 '따이공 화장품'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따이공을 근절한다는 것은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밀수화장품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양성화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로컬 화장품기업 보호 장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다른 산업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장품에 대한 게임의 규칙을 바꾸면서 상대편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납득이 가지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당혹스럽다. 어찌됐든 중국은 당분간 대한민국 화장품에 있어 '능력자'다.

내일의 태양이 오늘과 똑같을 수 없듯 중국이 제시하는 틀 속에서 현재의 친구를 폄훼하지 않으며 유연하게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바야흐로 한껏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 화장품이 자신감을 잃지 않고 ‘포스트 차이나’라는 신대륙의 발굴과 개발을 준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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