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구체적 계획도 없이 OEM·ODM사만 믿고 일단 해보자는 심리"

[뷰티경제=이동우 기자] 전자 및 공학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화장품 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화장품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화장품 산업과 전혀 관련 없는 기업들이 하나의 파이로 몰려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로켓모바일(043710)은 지난 25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병진 대표이사가 물러나는 대신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전문기업 휴젤(Hugel, 145020) 전무 출신 이장우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또 가톨릭대학교 대전 성모병원 피부과 과장인 김성욱 씨를 신임 이사에, 고운세상 피부과 대표원장 안건영 씨를 사외이사에 각각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전자 및 공학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화장품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어 공시를 통해 주요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업’을 명시하고 ‘생명공학기술 관련 상품개발 및 판매’, ‘건강기능식품 등 제조·가공 판매’ 등 총 42개에 관한 세부내역 변경 목록을 발표했다.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바이오 의약품을 기반으로 한 화장품 제조 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움직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4일에는 로켓모바일 대주주로 있던 캠핑용 텐트 생산업체 라이브플렉스(050120)가 총 901만6559주를 전량 매도한 바 있다.

한편 사물인터넷(loT) 기술을 융합한 조명업체 필룩스(033180)도 지난 29일 주주총회를 통해 화장품 사업을 추가시켰다.

필룩스는 같은날 공시를 통해 사업다각화를 위한 ‘화장품 국내외 제조·판매·도소매 및 국내외 무역업’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신성장사업으로 화장품을 지목한 것이다.

렌즈 제조회사 디지탈옵틱(106520)도 화장품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화장품 황칠 마스크팩을 출시하면서 사업에 뛰어든 디지탈옵틱은 중국 계신국제그룹(Kaisun International Group)과 화장품(수량 35만개), 생활용품(수량 30만개)을 공급하기로 계약했다고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이같이 관련없는 기업들이 화장품 사업으로 우후죽순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기존 화장품 업체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요 로드숍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 사업에서 제품력과 함께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마케팅”이라며 “주요 업체들만으로도 이미 치열히 경쟁하고 있는데 이 틈바구니에서 마케팅 비용과 제품력 등을 고려하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비관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최근에는 OEM·ODM사들만 믿고 일단 해보자 하는 심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필룩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화장품 사업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업목적 변경에 화장품을 명시한 것은 혹시 나중에 신속한 투자를 받을 수 있도록 시간을 아끼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명과 화장품을 어떻게 사업에 연결시킬 것이냐는 물음에는 오히려 “안면 조명에 사용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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