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없다' 지배적... "주요 마케팅 수단에서 블로거 빠진지 이미 오래"

[뷰티경제=한승아 기자] 네이버(035420)가 지난 2014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파워블로그 선정은 없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화장품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쳐온 '파워블로거'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파워블로거는 화장품계 마케팅에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로거 마케팅은 기업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솔직한 사용 후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뷰티 블로거들은 사용 후기글을 올리면서 저마다의 화장 비법까지 공유했는데, 이 때문에 특히 젊은 여성들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거대 팬덤을 보유한 블로거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은 이내 화장품사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때부터 국내외 브랜드 할 것 없이 모든 화장품사가 블로거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시장을 주름잡아온 네이버 '파워블로거' 폐지에 대해 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은 미온적인 반응이다. 이미 화장품 마케팅이 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간 지 오래고, 수년 전 불거진 돈을 받고 작성한 대가성 후기글 논란으로 홍보 채널로의 매력이 크게 반감됐다는 이유에서다.

▲ 화장품 마케팅계에 획을 그었던 네이버 '파워블로거' 제도가 8년만에 폐지된다.

A모 로드숍 홍보 관계자는 "파워블로거는 주요 마케팅 수단에서 빠진 지 이미 오래다. 상업성 논란도 논란이지만, 주 소비층인 2030세대의 SNS 이용 행태가 변화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과거에는 주된 SNS 채널이 포털 내 블로그였지만 현재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이 강세"라며 "이미 화장품 마케팅에서 블로그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떨어져 있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 본다. 네이버가 파워블로거 폐지라는 결단을 내린 것도 이미 내부에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재 지속하고 있는 블로거 마케팅에 대해서는 현상 수준으로 이어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파워블로거 제도가 사라져도, 블로그는 화장품에 대한 후기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로 나름대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로드숍 입장에서도 당장 블로거 마케팅을 관둘 생각은 없다. 다만 이미 '파워블로거' 마케팅이 '파워'를 잃어버린지 오래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블로거 마케팅은 안할 것이다. 그냥 하던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장품 홍보대행 전문 W씨는 "그동안 네이버가 파워블로거를 워낙 주관적으로 선정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네이버 파워블로거에는 허수가 많다고 평해왔다. 특히 몇 년전에는 방문자를 조작하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해 파워블로거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며 "브랜드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제품을 다룬 포스팅이 상위에 랭크되는 거다. 근데 이건 굳이 파워블로거가 아닌 일반인도 요령만 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다"고 말했다.

또한 "업계에 타격은 없다. 화장품사가 접촉하는 블로거들은 매번 똑같다. 이미 본사마다 행사에 부르는 블로거들은 리스트업이 되어 있으므로, 파워블로거를 더이상 선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사실 파워블로거는 그저 웹상의 엠블럼에 불과하다"며 "다만 블로그는 그 나름대로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화장품사가 아예 블로거 마케팅을 안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 실제 일반소비자들이 사용후기를 남긴 것처럼 부당 광고를 해 논란이 인 모 수입화장품 블로그 후기글.

일각에서는 블로거가 현재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홍보대행사 종사자 J모씨는 "제도가 없어지는 것이지 블로거의 영향력은 계속 유지가 될 것이다. 블로거가 홍보업에서 매력적인 이유는 그저 파워블로거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내는 컨텐츠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파워블로거라는 이름만 없어지는 것이다. 블로거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고 또 회사가 홍보를 하는 통로로 계속해서 존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 P모씨는 "상업화 논란 이후 블로거에 대한 일반 소비자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 예전에는 블로거가 추천한 제품을 '정말 품질이 좋구나'하고 소비자들이 믿었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히 '돈을 받은 후기겠거니'라고 생각해 버린다. 올해만 해도 유명 백화점 화장품이 거짓 블로거 후기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철퇴를 맞지 않았느냐"며 "이 때문에 이미지가 중요한 신생 브랜드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포털 블로그 마케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네이버는 이달 공식 블로그를 통해 “지난해 발표했던 2014년 파워블로거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파워블로거 선정을 마무리한다”고 14일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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