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직장 버리고 화장품 쇼핑몰 시작... 깐깐한 제품 분석 덕에 인지도 올라

▲ 이덕용 편집국장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미국에서 한국 화장품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피치앤릴리(peachandlily.com)의 엘리샤 윤 대표는 인터뷰하기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얼굴 걱정부터 했다. 한방 피부 시술에 관심이 많아 한국 온 김에 한방병원에서 침 300여 방을 시술받았는데 아직 부기가 빠지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호기심이 생기면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도전하는 스타일이라는 첫인상을 받았다.   

'한인 2세'인 엘리샤 윤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언어 소통에 문제가 있지나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한국어가 매우 능숙했고 구사하는 어휘도 고급스러웠다. 6주에 한 번씩 한국에 와서 한국 화장품 업체 대표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가 늘었다고 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SNS상으로 지속해서 소통해야 하는데 영어만으로는 불편함이 있어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원래 다이빙 선수였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한국의 다이빙 국가대표로도 활약했었다. 그런 좌절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녀만의 은근과 끈기로 위기의 순간을 잘 이겨냈다. 피치앤릴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딱 한 번의 휴가만을 썼다고 할 정도로 '워커홀릭'이다. 이러한 강행군이 가능했던 것은 운동하면서 다져진 체력과 정신력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고교 시절 부모님은 한국으로 돌아오셨기 때문에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극복해내서 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윤 대표는 운동 대신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미국 컬럼비아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했다. 운동에 전념하다 공부로 전향해 대학까지 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녀는 해냈다. 대학을 졸업한 후 골드만삭스와 보스턴컨설팅·액센추어에서 금융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 '피치앤릴리'의 엘리샤 윤 대표. <사진=이덕용 기자>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돈과 명예를 가질 수 있는 곳이었지만 과감하게 그만뒀다. 이유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였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을 다니면서 사업 아이템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화장품 비즈니스 구상의 시작은 어린 시절로 올라간다. 수영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항상 피부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또한,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이 한국의 뷰티 산업을 배워가는 것을 보고 미국 시장에서도 전망이 있다고 내다봤다. 윤 대표는 미국 블로거들이 포함된 포커스 그룹을 만들어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 제품 테스트까지 깐깐하게 분석했다. 이렇게 1년여를 준비해서 지난 2013년 '피치앤릴리' 온라인 화장품 쇼핑몰을 론칭했다.

피치앤릴리 웹사이트를 보면 브랜드별 스토리와 성분, 사용 방법, 사용하면 좋은 피부까지 상세하게 나와 있어 미국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고 있다.

또 까다로운 제품 선정도 성공 비결 중에 하나로 보인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찾은 화장품 업체를 한국에 직접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1차로 브랜드를 선택하면 미국에 있는 블로거 등이 포함된 포커스 그룹이 한 달여 간 직접 사용해본 후 10점 만점 중에 8.5점 이상 받은 제품만 판매한다. 

이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피치앤릴리의 인기와 인지도도 올라가게 됐고 유통 채널이 다양해졌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홈쇼핑인 QVC에 직접 출연해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고 글로벌 유명 브랜드숍인 '세포라', 의류·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유명 체인인 '어반아웃피터스', 대형유통업체 '타깃' 등에서 판매 중이다.

시트 마스크 3종의 자체 브랜드도 준비 중이다. 내년쯤이면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큰 경사도 있다. 윤 대표는 하버드 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 만나 사랑을 키워온 예비 신랑과 오는 10월 결혼한다.

윤 대표는 1시간 정도의 유쾌한 인터뷰를 끝내고 나서 "K-뷰티 이슈가 없이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과제인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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