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에 법인 설립, 탈세·자금세탁 목적일때 문제

▲ 원종성 회계사(삼덕회계법인 파트너)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조세회피 전문 법률사무소 '모색 폰세카'의 이른바 '파마나 페이퍼'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세계 각국 정치인과 기업인, 유명 스포츠 스타 등이 연루된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면서 최근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으며 러시아·중국·영국·아르헨티나 정상들도 도덕성 시비에 휩싸였다.

ICIJ의 한국측 회원사인 뉴스타파는 전체 자료 중 KOREA로 검색되는 파일이 1만5,000여 건에 달하며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이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현씨는 3개 회사를 설립하고 이사직에서 사퇴한 시기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가 주목받던 때와 맞물려 관심을 끌었고, 추가자료를 공개하면서 노씨 측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한,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은 지난 2011년 이 두 회사의 지주회사 격인 파나마에 있는 S&K홀딩으로부터 각각 50%(563억원), 20%(224억원)의 지분을 인수했다. 지난 2014년에는 남은 지분 30% 중 10%(약 90억원)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했다. 포스코 측은 해당 법인들의 지분 인수 배경으로 '남미 진출 교두보 마련'을 들면서 'Santos CMI'가 남미 등에서 지난 2010년 2억달러 가까운 매출을 올린 우량 기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회사들은 영국 국세청에 세금 관련 신고를 하면서 '영업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라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돼 향후 어떤 식으로 해명될지 궁금하다.

뉴스타파는 이후 역외탈세 혐의자의 명단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역외탈세와 관련된 스캔들의 공개와 함께 이에 따른 대대적인 세무조사의 단행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일부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탈세나 자금세탁을 위한 목적으로 부정한 거래에 동원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세청은 이와 관련, "조세회피처를 통한 투자가 정상적인 기업경영의 일환인지, 비정상적 역외탈세인지를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며 "해외 과세 당국과 공조해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분석 중이며 탈세 혐의가 드러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하겠다"고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번 '파나마 페이퍼' 스캔들 직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 46개 회원국의 세무당국 책임자들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 모여 재산 은닉과 탈세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고 전해진다. 아울러 국세청은 지난 3월말로 역외소득 자진신고 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스스로 신고하지 않는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관용이 없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철저한 사전조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외소득 자진신고제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31일까지 미신고 역외소득·재산을 신고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산세 및 과태료 등의 처벌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지난해 자진신고제도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해 법무부·국세청·관세청·금감원 등과 합동으로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기획단'을 출범하고 대대적인 홍보를 벌여왔다.

정부는 자진신고기한 내에 신고해 세금을 모두 낸 경우 과거 신고의무 위반과 세금 미납에 대한 관련 처벌을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하지만, 자진신고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은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 과세와 형사고발을 할 뿐만 아니라, 조력한 자에 대해서도 조세범 처벌법상 성실신고 방해행위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필자도 고객을 상대로 '국제거래 조세 최적화'(GLOBAL TAX OPTIMIZE)의 전략을 컨설팅한 경우가 있다. 물론, 여기서 절세와 탈세는 엄밀하게 구별해야 한다. 국세청이 모처럼 세수도 확대하고 명예도 회복할 좋은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이런 것이 바로 조세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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