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피치가 성공 공식, 수평적 여성존중 기업문화 주목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LG생활건강(051900)의 황소 뿔(Bull Market)이 하늘을 찌른다.

화장품 부문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도 대비 28%, 52% 늘어나리라는 것. 이런 추세라면 올해 화장품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 비중(2016년 연간 예상)이 각각 51%, 67%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조 1180억원, 영업이익 9030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금의 중국 대박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성수기인 하반기엔 순익 1조원 달성도 가능하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 LG생활건강 화장품 부문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도 대비 28%, 52% 늘어난다고 예측되고 있다. <이미지 합성=뷰티경제>

LG생활건강의 어닝 서프라이즈에는 차석용의 리더십이 있다. 그간 언론은 M&A에 행운이 깃든 평가라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2005년 이후 11년의 신화를 설명하기 부족하다. 그러면 차석용 리더십의 근간은 무엇일까?

차석용 부회장의 성공 공식은 엘리베이터 피치(elevator pitch)다. 화장품은 성숙기 제품으로 가격 경쟁이 심하고 유통에 휘둘려 성과를 내기 어렵다. 엘리베이터 피치가 결정적 위력을 발휘하는 몇 안 되는 산업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는 회사, 상품, 서비스의 개념이 엘리베이터 한 번 타는 동안 설명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30초 광고 길이와 얼추 들어맞는다. 할리우드의 스티븐 스필버그는 “25단어 이내로 영화의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영화일 겁니다. 저는 손안에 쥘 수 있는 아이디어를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는 하이 콘셉트(high concept)라고 한다. 차 부회장은 A4 1장에 모든 것을 담기 원한다. 부임 초기 직원들이 수없이 퇴짜 맞은 일은 유명하다. 여기에서부터 그는 혁신(innovation)을 이끌어냈다.

제품 보단 존경받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마케팅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보다는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혁신은 그의 P&G에서의 경험에서 나왔다. 방법은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 그는 여성 직원들의 생각을 존중하라고 지시했고, 침묵하는 직원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려고 다그쳤다.

차 부회장의 여성 존중 경영은 전체 직원 4000여 명 가운데 여성의 비율이 56.3%나 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여성 임원 비율도 1.9%로 승진에 남녀 차별을 두지 않는다. 여대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회사로 채용경쟁률은 보통 100대 1이 넘는다. 그가 손댄 인사정책은 연공서열제도를 성과급제도로 바꾼 게 유일하다.

그래서 이뤄낸 경쟁력이 바로 유니크(unique)다. 유니크는 ‘유일무이’하고, ‘독특’하고, ‘아주 특별’하다는 뜻이다. ‘고유의’ 또는 ‘특유의’ 형용사로도 쓰인다. 유니크한 제품은 도전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다. 그래서 젊은 직원들의 도전을 반긴다. 그는 연세대 특강에서 “한국 기업은 젊은 인재를 사장시키는 구조”라고 비판하고 “2030의 창의력을 살려야 기업이 산다”고 했다.

또 그는 직원들의 모든 역량을 내부에서 외부로 돌렸다. 고객과의 특별한 관계에 집중하도록 했다. 고객의 불만을 확실하게 개선하고 배려를 통해 감동을 주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몸에 배면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면서 갖게 되는 특별함은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로열티를 높여줬다. 내부에서 안주하고 권위에 젖기 보다는 외부로 눈길을 돌려, 항상 도전하는 기업문화를 만들어냈다.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은 2005년 부임 초 “이제 맑은 정신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니 9 to 6로 일하자”고 제안했다. 새로운 기업문화로 ‘자율’을 강조한 것이다. 그리고 기존 남성위주 문화와 권위주의 문화를 ‘여성존중문화’로 바꿨다. 먼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사내 메시지를 통해 “회사만이 전부는 아니고 회사 외에도 남편·아내·자식·부모·친구로서의 역할이 있고 이런 삶의 중요한 부분들간의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기업문화로 도입한 것이다. 전경련의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 설문조사에서도 직원들은 '일과 삶의 균형 22.2%, 여성의 아이디어가 업무에 도움 21%, 건전한 회식문화 19.6% 등 3명 중 2명이 '여성 존중 및 자율'를 기업문화로 꼽았다.

LG생활건강의 순익 1조 클럽 가입은 화장품업계에선 최초다. 차석용 매직은 아직도 끝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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