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가 약과 미용 모두 이용, 특허 제약사 연 2조 매출

▲ 김수동 교수(아주대 글로벌제약임상대학원 대학원장)

보튤리늄 독소란

보툴리늄독소는 동양에서 육독(고기 독)이라고 불렸으며, 서양에서는 소시지(보툴루누스, botulunus)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육독이라고 부른 것은 말 그대로 고기가 부패할 때 자라는 세균에 의한 독이라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소시지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독이라고 해서 '보툴리눔'이라고 명명했는데, 동서양 모두 발생 원인과 관련지어 이름을 지은 것이다.

보툴리늄독소는 흙 속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이 만들어 내는 신경독성물질이다. 상처가 흙에 접촉되어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거나, 상한 음식을 먹어 박테리아가 장에서 발아되어 독소를 내뿜으면 보톨리늄독소 증세가 나타난다. 성인의 경우 감염된 포자들이 장에 도달하기 전에 대부분 위산으로 파괴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보툴리늄독소에 의해 야기되는 마비 증세는 보톨리늄독소증(botulism)이라고 한다.

치료와 미용에 쓰이는 보툴리늄독소, 그 안전성은?

보툴리늄독소를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것은 1970년대로, 보툴리늄독소를 주사하여 사시(사팔뜨기)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1989년에는 미국 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게 된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주름 개선이라는 미용의 목적으로 보툴리늄독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2001년부터는 사각턱을 갸름하게 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편두통이나 만성통증, 중풍의 재활치료, 치열등 다양하고도 광범위한 질환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보툴리늄독소는 원래 복어 알에 있는 독, 테트라톡신과 함께 대표적인 신경독소이다. 보툴리늄독소를 사람한테 쓸 수 있는 이유는 보툴리늄독소의 순수 단백질만을 10억분의 1g 단위로, 즉 나노그램 수준으로 정제해서 인체 전체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용량 이하로 소분한 약품이기 때문이다. 또 보툴리늄독소는 8가지 유형이 있기 때문에 보툴리늄독소에 대한 항체가 발생하더라도 한 개의 유형에 항체가 생기면 다른 유형의 보툴리늄독소를 사용할 수 있다.

▲ 보툴리늄독소는 동양에서 육독(고기 독)이라고 불렸으며, 서양에서는 소시지(보툴루누스, botulunus)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이미지 출처=보건복지부, 대한의학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이용하는 보톡스의 정확한 명칭은 보툴리늄독소 시술이다. 즉, 보톡스는 원래 강력한 '자연산' 독성물질인 것이다. 보톨리늄독소는 독성이 매우 강해서 70킬로그램(kg) 몸무게를 가진 성인인 경우 약 13~20나노그램(ng) 정도가 치사량이다. 따라서 약130~200그램(g) 정도만 있으면 전세계인구 약 70억 명을 전멸시킬 수 있는 무서운 화학 물질인 것이다.

피부과와 성형외과 병원에서 사용하는 보톡스 한 병은 100단위(100 IU)로, 미용 목적으로 사용할 때는 1회 주사에 100단위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톡스 주사에 의한 치사량이 70kg 성인을 기준으로 약 3,000~3,500 단위임을 감안하면, 치사량의 약 1/30에 해당하는 보툴리늄독소를 주사하여 독성을 일으키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보톡스 100단위에 포함된 보툴리늄독소의 양을 계산해 보면 약 0.4~0.6나노그램에 해당한다.

보툴리늄독소의 구성과 작용기전

보툴리늄독소 분자는 두 개의 펩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길고 하나는 길이가 짧은데, 두 개가 연결되어 있다가 신경 속으로 들어가면 분리된다.  긴 펩티드는 운동신경가지에 붙게 되고 작은 펩티드는 운동신경 속으로 들어가 속에서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하나는 분자량이 약 50,000달톤  정도 되는 단백질이고, 또 하나는 분자량이 약 100,000달톤 정도 되는 단백질인데 이들이 이황화(disulfide) 결합으로 연결된 것이다.

보툴리늄독소는 체내에서 신경 말단에서 근육수축을 일으키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여 근육의 움직임을 차단한다.

뇌가 어떤 부위의 특정근육을 움직일 것인지 명령을 내리면, 신호는 뇌-척수-운동신경-근육의 단계로 전달된다. 명령을 받은 운동신경은 '아세틸콜린(acetyl choline)'이라는 물질을 근육에 분비하여 근육을 움직인다. 뇌나 척수, 운동신경이 손상되면 근육을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보툴리늄독소는 맨 마지만 단계인 운동신경에서 아세틸콜린이 분비되지 못하도록 하여 근육의 움직임을 차단한다. 국소다한증을 치료하는 기전도 땀샘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하는 것이다.

바르는 보툴리늄 독소 의약품?

피부를 통해 약물이 전달되려면 우선 분자량이 작아야만 한다. 비타민C나 몇 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작은 분자는 일부 각질층을 통과할 수 있지만 분자량이 큰 단백질은 잘 통과할 수 있는 운반체(carrier)를 필요로 한다. 리포좀과 같은 기름기성분으로 비타민C를 잘 흡수되게 만든 화장품이 대표적인 예이다.

보툴리늄 독소의 운반체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보툴리늄 독소는 근육이 수축하도록 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의 분비를 막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톡스를 주입하면 근육이 수축되는 것을 억제 한다. 아세틸콜린이 운동신경의 말단에서 분비되면 혈압강하 ·심장박동 억제 ·골격근 수축 등의 생리작용을 나타낸다. 운동신경말단에서 분비된 아세틸콜린은 자극의 전달이 끝나면 콜린에스테라아제에 의해 콜린과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콜린은 콜린아세티라아제의 작용에 따라 다시 아세틸콜린이 된다.

보톡스의 시장 가치

1970년대 보톡스를 개발한 미국 제약 벤처회사 앨런 스콧의 앨런 B 스콧 회장은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1991년 제약회사 앨러건에 보톡스 특허권을 450만 달러(약 50억4000만원)를 받고 넘겼다”며 “내가 특허를 계속 보유하고 있었다면 해마다 10억달러 정도를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과 의사였던 스콧 회장은 사시(사팔뜨기)를 치료할 목적으로 보톡스를 개발해 198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당시 보톡스는 미국에서 화학무기로 쓰이고 있었다. 스콧 회장은 “보톡스 독이 너무 강해서 그 독을 적당 수준으로 낮추는 연구를 하는 동안 해독제를 맞을 정도였다”며 “보톡스의 성형 효과를 미리 알았더라도 내 얼굴에 쓰지는 못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FDA는 2002년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전달물질을 막아 주름살이 생기지 않게 하는 보톡스의 효과를 인정해 성형 목적으로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보톡스 특허권을 갖고 있는 제약회사 앨러건은 매년 약 2조원어치의 보톡스를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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