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로 휘청거리는 지금이 초심을 되찾을 때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한국콜마는 한국화장품업계의 신화를 썼다.

1990년 설립 당시 제조자개발 생산방식(ODM)은 상식을 깨뜨리는 전략이었고, 성공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하지만 윤동한 회장은 R&D에 승부를 걸었다. 직원 30% 이상이 연구원이며, 연매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했다. 초기의 어려움은 윤 회장의 경영철학인 '우보천리(소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 정신으로 버텼다.

1993년 개발된 투웨이케익은 국내외 화장품 기업들의 주목을 끌었고, 마침내 그의 뚝심은 통했다. 개발 생산한 화장품 종류만 2만여 개에 달할 정도로 한국콜마는 글로벌 제조업체로 우뚝 섰다. 지난 해 한국콜마홀딩스 산하 5개(한국콜마-화장품, 북경콜마, 한국콜마-제약, 콜마파마, 콜마비앤에이치)의 매출액은 8288억원. 올해 중국 대박으로 1조원을 훌쩍 넘기리라는 전망이다.

최근 윤동한 회장은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는 책을 냈다. 흙수저 출신의 가난에서 지방대 학벌콤플렉스의 좌절을 겪으면서 ‘정상에 오르는 방법으로 기업 설립’의 창업 에너지로 승화시킨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역사와 인문학을 ‘공부하는 CEO’로서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을 강조한 그의 리더십은 주목을 받았다. “뜨거운 역경을 이기고 나면 단단해지는 쪽은 금수저가 아니라 흙수저라는 윤 회장의 인생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는 북리뷰는 책을 읽은 독자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책을 아주 좋아하는, 또 사람을 매우 귀하게 여기는 CEO는 회사를 어떻게 경영하는가, 이런 관점으로 읽으면 흥미로울 듯하다”는 리뷰도 있었다.

독자의 서평은 기업인의 인생을 존중하면서, 기업에 대한 소망을 담는다. 존경받는 기업, 기업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회적 책임이다.

일반적으로 회사의 첫 행태는 가족기업(family business)으로 시작한다. 세계 기업의 3분의 2가 가족회사로 GDP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실제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의 3분의 1은 가족이 소유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카길그룹, 삼성그룹, 프랑스의 LVMH그룹, 독일의 BMW그룹, 영국의 클락스 슈즈사, 스웨덴의 H&M사 등이 그렇다. 스탠드 앤 푸어(S&P)사의 500대 기업 기사는 가족소유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월등히 낫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어두운 일면이 있다. 가족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이 30%, 3대까지 생존비율은 불과 15%정도라는 조사도 있다. 이것이 가족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갖게 된 원인이다. 가족기업은 모든 실패 기업에서 공동으로 나타나는 경영미숙, 자금 부족, 환경 요인, 가족 갈등과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가족의 경영 참여, 가족의 독단 의사결정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한국콜마홀딩스는 윤동한 회장 직계 가족이 49.03%를 소유한다. 한국콜마는 한국콜마홀딩스와 윤 회장 일가가 21.87%다. 전형적인 가족기업이다. 한국 기업성장사에서 창업자, 2세, 3세로 내려오며 가족기업의 장점은 사라지고 그늘만 짙어지고 있다. 롯데그룹, 해운업 위기 등 기업경쟁력을 깎아먹는 요인이 바로 가족기업 행태를 벗지 못해서다.

한국콜마는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창업 26년만의 위기. 그 이면에는 기업지배구조와 분식회계 의혹, ODM 사고, 내부자거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일련의 사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현재 한국화장품 산업은 중국 대박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더욱 위상을 공고히 할 때다. 한국콜마의 업계 발전과 사회적 책임을 위한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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