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 단독 인터뷰 "스프레이 제품, 흡입독성 시험 의무화해야"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최예용 소장을 만났다. 500여 단체가 연대해 만든 '가습기 살균제 참사 전국 네트워크' 출범식이 있었던 20일에 만나려고 했으나 최 소장이 창원YMCA에서 강연 일정이 있는 관계로 다음날 사무실을 찾아 인터뷰를 하게 됐다.

최 소장은 우선 "사망자만 400명이 넘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줄일 수 있는 네 번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직접 만든 자료를 직접 보여주며 설명했다.

▲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최예용 소장을 만났다. <사진=이덕용 기자>

첫 번째 골든타임은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해이다.

"이 당시 SK케미칼이 놓친 것은 가습기 살균제의 특성상 사용자 호흡기로 살균 성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안전한가에 대하여 충분한 검증하고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때 놓친 골든타임이 어린이와 임산부 등 400명을 죽음으로 내몬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의 시작이었다."

두 번째의 골든타임은 1997년과 2001년에 찾아온다.

"이 때 주인공은 SK케미칼, 환경부, 옥시레킷벤키저. 1996년 SK케미칼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라는 살균제의 제조·판매를 환경부에 신고했다. 환경부는 고분자화합물이고 카펫 항균 용도여서 흡입독성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유독물에 해당 안 되는 것으로 1997년, 2000년 관보에 고시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이를 근거로 2001년 '가습기당번'의 살균 성분을 프리벤톨R80에서 PHMG로 바꿔 '뉴가습기당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2011년 판매가 금지될 때까지 400만 병 이상 판매됐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대참사가 발생한 뒤인 2012년에서야 뒤늦게 PHMG를 유독물로 지정했다."

세 번째 골든타임은 2003년이다.

"환경부는 2003년 '고무, 목재, 직물의 항균제' 용도로 신고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을 유독물에 해당 안 되는 것으로 관보에 고지했다. 이번엔 제조사가 흡입독성 평가를 하지 않고 경구독성 평가만 했다. 버터플라이이펙트는 이를 바탕으로 2009년 덴마크에서 수입한 PGH를 원료로 '세퓨'라는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판매했다. 이 제품은 판매 3년도 안 돼 14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환경부 역시 뒤늦게 2013년 8월 5일에 PGH를 유독물로 지정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제공한 '가습기 살균제 참사' 골든타임 자료

네 번째 가습기 살균제 골든타임은 2006~2008년이다.

"당시 주인공은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질병관리본부. 2006년 A병원에서 15명의 어린이가 간질성 폐렴 환자가 발생해 7명이 사망했고 서울지역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8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과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한 병원균을 찾아내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이를 중지해버렸다."

최 소장은 "이렇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줄일 수 있는 골든타임이 많았지만, 제조업자, 공무원, 전문가 등 어느 누구도 이를 알아 차라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제2의 옥시 참사'를 막기 위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 소장은 "이와 같은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살균 성분을 함유한 스프레이 모든 제품에 대한 흡입독성 시험을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임산부와 어린이용 제품은 그 기준을 강화해서 못 미치는 제품들은 판매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 청문회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밝히고, 특별법을 만들어서 여전히 숨겨져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찾아내 등급에 구분 없이 적절한 보상과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특별법 내에 이번 참사를 조사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조사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으로 인한 피해 인정과 판정 기준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옥시 뒤에 숨은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 가해 기업의 수사 확대도 촉구했다.

최 소장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이어 지난 20일 이마트 이사회에서 옥시 전 제품을 판매 금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소 슈퍼마켓과 옥션·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옥시 제품이 완전히 추방될 때까지 불매운동과 서명운동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등에서 30여 년 동안 환경시민운동을 해오고 있다. 또 그는 지난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 씨와 함께 옥시 본사인 영국 레킷벤키저를 항의 방문하는 등 옥시 불매운동을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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