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장품의 경쟁력은 美學, 하이브리드와 하모니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시세이도의 질투가 폭발했다. 이웃집 잘 되는 꼴은 못보는 게 섬나라 근성. 브랙시트의 영국처럼 대륙의 훈풍은 좋아하지만, 냉풍에는 고립과 질시로 맞서는 게 섬나라의 공통대응 방식이다.

지난 22일 열린 중·일 마케팅세미나에서 일본 시세이도의 하나다 코조 프로페셔널 부문 대표가 한국화장품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는 “한국화장품의 수준은 괜찮지만 단지 예쁘게 꾸미는 방법을 알려줄 뿐 아무런 가치나 감성도 담지 못했다”고 싸잡아 혹평했다. 또 그는 “영속성 있는 고객을 확보하려면 미용뿐만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 나아가 지구환경까지 생각한 큰 콘셉트가 필요하다“며 ”단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팔 것이냐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하나다 대표는 시세이도의 글로벌 살롱 업무 총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을 들으면 시세이도의 오만함과 질시가 짙게 깔린 견제구로 생각되는 게 기자만의 생각일까? 한국화장품의 놀라운 성장세는 곳곳에서 일본화장품을 압도하고 있다.

일본화장품 국내 수입 급감, 국내면세점 1위 후

관세청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일본화장품 수입규모는 1,475억원으로 5년 전 2,157억원보다 31.7% 급감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도 같은 기간 2,735억원에서 1,959억원으로 28.4% 줄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라네즈·헤라, LG생활건강의 후·숨·오휘 등 국내 화장품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화장품은 Made in Japan을 나타내지 않는다. 국내 면세점 매출액에서도 2014년까지 부동의 1위였던 루이비통을 제치고 후가 1위, 설화수가 2위, 루이비통이 3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연출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고급 화장품시장을 품질경쟁력을 갖춘 국내 브랜드가 일본브랜드를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세이도는 6년째 적자로 지난해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화장품의 하이브리드 마케팅

중국시장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의 선전은 놀랍다. 유로모니터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시세이도의 점유율은 3.6%, 아모레는 1.4%다. 그 격차는 5년 전에 비해 7.9배에서 2.5배로 줄었다. 또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영업이익은 9,136억원인데 시세이도는 3,974억원에 그쳤다. 시세이도는 정체, 아모레는 급성장으로 머지않아 아모레퍼시픽이 시세이도를 제치고 아시아 최고의 뷰티업체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시기는 2020년. 서경배 회장은 올해 매출이 6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2020년 매출 목표를 두 배인 12조원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시세이도는 2017년 연매출 9천억엔(9조5,000억원), 2020년 1조엔(10조5,000억원)을 목표로 밝히고 있다.

시세이도는 고급브랜드인 ‘시세이도’로 고급화장품 시장을 차지하지만 설화수의 추격세가 만만치 않은데다 중저가 브랜드에서는 이니스프리가 독보적이다. 물론 시세이도는 해외지역 매출이 고루 분산돼 있다. 일본 내수 47%, 아시아 21.9%, 미국 17.1%, 유럽 14%다. 미국 유럽은 현지 거주 아시아인들의 수요가 많다는 분석이다. 아직 글로벌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이 밀린다.

한국화장품 강세 3가지 이유

이런 여러 상황으로 보아 하나다 대표의 비판은 한국화장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가져가야 할 마케팅 전략을 소개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시세이도의 질시야 선진 일본기업들의 숱한 쓴소리일 뿐, 우리는 입바른 소리로 생각하면 될 일이다.

그렇다면 시세이도가 경계심을 가질 정도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첫째 화장품산업은 ‘일상에서의 미학(美學)’에서 비롯된다. 오래 전부터 한국과 중국은 문화를 공유했고, 조선시대에는 정신까지 하나로 생각했다. 지식인들의 문화교류는 미술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그런 만큼 미를 보는 시각은 공통적인 면이 많다. 그것이 한국화장품이 품질경쟁력을 갖추면서 중국인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닐까?

둘째 일본은 흑선소동이후 탈아입구(脫亞入歐)로 일본의 유럽화를 130여년간 시도해왔다. 그렇다보니 아시아인이면서 유럽인척 하는 문화가 습관이 됐다. 글로벌 마케팅의 핵심은 현지화다. 글로벌을 강조하면 할수록 오히려 지역화(region)을 존중해야만 한다. 하나다 대표는 ‘미용뿐만 아니라 사람간의 관계, 지구환경까지 생각한 콘셉트가 필요하며 가치를 팔라’고 충고한다. 스스로 현지화에 소홀하면서 글로벌을 들먹이는 것은 제국주의가 되려다 만 군국일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셋째 한국화장품 마케팅의 장점은 하이브리드다. 김밥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이면 비빔밥은 구동존이(求同存異)다. 한국은 외국을 ‘우리’로 생각하는 하이브리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조화(harmony)에 능한 문화다. 한국화장품이 중국 여성들의 피부에 쏙쏙 스며드는 이유다.

일본의 견제, 국가이미지에서 승부 갈려

최근 기자는 마스크팩 전자동라인을 갖춘 마스크팩 업체를 방문했다. 이보다 앞서 대기업에서 마스크팩 전자동 위생설비를 갖춘 설비를 일본에 주문했으나, 기술 유출을 우려해 거절하다 비싼 비용을 들여서야 겨우 계약을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본 기업의 한국 견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런 얄팍한 속내를 가지고 한국기업에 글로벌을 운운하는 게 속이 시원치는 않다. 앞서의 마스크팩 ODM업체는 자체 기술만으로 훌륭히 전자동설비를 갖췄고 7월 초 정식 가동에 들어간다.

한국화장품을 비판하려면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그리고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대응하는 법을 조언해주는 강사를 세미나에 초청하는 게 좋지 않을까? 경쟁을 장려하면서, 스스로는 한 발짝 더 나가겠다는 대승적 자세가 아쉬운 일본기업들의 행태다.

유명한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닐슨은 ‘글로벌 브랜드 오리진 설문조사’에서 아시아와 중동지역 소비자 중 33%는 화장품을 고를 때 국적을 중요한 구매 결정요인으로 꼽았다고 공개했다. 또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의 하락세는 국가가 그 원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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