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출물이 아닌 단일 성분 효능을 밝히는 기술 개발 필요

2016년 국내 화장품산업의 발전은 눈부시다. 10조원을 돌파한 생산실적의 60%는 기능성 한방화장품이다. 2004년 식약처는 '한방화장품 특화'라는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한방화장품 개발 실무 추진단을 구성했었다. 또 2006년까지 한방 신원료 등록을 위한 심사 규정 개선 방안을 추진했다. 그 결과 많은 한방화장품 브랜드가 등장했으며, 때마침 한류와 함께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면서 수출 효자산업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한방화장품의 원료 등록은 아직도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규격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방화장품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방 원료의 효능과 효과를 전세계 소비자들이 신뢰하도록 수치적 데이터로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장품원료로써의 한약재는 그 효능이 뛰어남에도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효성분을 밝히고 이를 데이터화 하려는 노력은 웬일인지 수면 아래 잠자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본지는 호서대 한방화장품학과 이진영·이용섭·이용화 교수와 긴급 대담을 가졌다. 한방 원료의 규격화를 통해 한방화장품의 경쟁력을 키운다면, 미래 국가 먹거리로 충분하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다.<편집자 주>

한방화장품, 미래 먹거리 국가산업으로 키워라!

①한방화장품 허와 실, 무엇이 발목을 잡는가? ②한방화장품 규격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③화장품 임상데이터 SCI는 동물 또는 사람만, 우리나라는 사람만 ④ 한방화장품의 제언…항산화 효능 감초·당귀 등 한약재 주름개선 효과 ⑤ 원료 검증…세포촉성 실험 통해 복합 처방의 최적 농도 실험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호서대 한방화장품과학과 이용섭 교수는 “선진국은 추출물이 아닌 그 속의 단일 성분이 효능을 내는 기술이 발달한데 비해, 동양은 원료 전체 성분이 어우러져 효과를 내는지, 일부가 섞어져서 시너지가 나오는 것인지 불분명한 게 흠”이라고 애로점을 얘기했다. 즉 원료에서 뽑아낸 추출물이 미백 또는 주름개선 효과가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추출물 속 유효성분의 효능을 밝혀줘야 과학적인 데이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한방화장품이 대부분 엑기스를 섞었다면 요즘은 단일성분이 효능을 낸다는 식으로 임상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비용 증가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업계에서 감당해야 할 문제다. 한상익 대표는 “원료가 고가이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또 용기와 원료의 과학화도 중요하다”며 생각을 밝혔다.

이용섭 교수는 “‘텍시포일’이란 원료는 1킬로그램에 1천만원이나 하는데, 이를 화장품에 넣는다고 하면 놀란다. 또 진센로마이드는 1킬로그램에 몇 억이나 해서 넣지 못한다”며 원료물질 개발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진영 교수는 “마스크팩의 경우 피부투과율이 좋고 안전성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데,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테스트를 한다는 규정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섭 교수도 “과거 매뉴얼도 있지만 새롭게 임상데이터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사람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에선 곤란한 문제”라며, “외국에선 동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상익 대표는 “임상테스트의 경우 중국은 동물실험을 허용하며, 미국과 러시아는 애완동물을 제외한 동물을 이용하지 사람에게 적용시키지 않는다”라며 “현실을 도외시한 규정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테스트는 다양한 연구를 저해하고, 외국 사례만 인용해서는 기술발전에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의견을 모았다.

학계 실험 데이터 다시 평가기관에 맡기는 건 이중 규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실험용 마우스를 이용한 임상테스트를 거친 데이터를 완성했음에도 이 규정이 통과되어 정작 제품화를 못했다는 사례도 발표됐다.

기업에서는 매뉴얼을 원하는데 기업 자체적으로 만들면 족쇄가 된다는 걱정 때문에 만들지 못한다는 것. 따라서 규제나 매뉴얼은 정부나 학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진영 교수는 “학계에서 데이터를 작성해도 이를 평가기관에 다시 맡기는 문제가 생긴다. 인정을 안해주니 이른바 이중 과세다. 데이터 산출을 위한 표준화도 안되고, 평가기관 외의 학계 노력은 인정을 못받으니 국가적으로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평가방법, 데이터 규정화가 화장품기술 발달의 우선적인 문제임에도 이런 기초작업부터 부실해 선진국의 원료산업에 휘둘리기 쉽다.

“한국은 동물 실험을 못하게 하고, 정부가 신뢰하는 SCI급 논문들은 사람 또는 동물 실험을 거치도록 되어 있다”는 아이러니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이용섭 교수는 “한약재에 흙이 있으면 농림부 소관이고, 씻으면 한약재료로 보건복지부 소관이다. 이런 내용을 화장품산업연구원에서 비판해도 정부 기관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개탄했다. 학계의 노력은 무시되고, 기업은 각종 규제에 발목 잡히는 현실은 한국화장품산업의 미래를 암담하게 할 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