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필 회장의 어퓨 명동 직영점 수성 전략...현재 명동상권엔 화장품브랜드 136개 점포 경쟁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로드숍의 강자 ㈜에이블씨엔씨(회장 서영필)가 한 가맹점주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맹점주는 공정위에 제소했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성공을 이을 제2의 브랜드로 어퓨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사진=이동우 기자>

#1 명동 안테나숍의 상징성

명동은 대한민국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최우선 입점지역. 명동에서의 성공은 브랜드의 성공을 의미한다. 여기에 중국 관광객들의 화장품 쇼핑 1번지로, 잘 되는 곳은 매출도 수직 상승 커브를 그린다. 이에 따라 명동에 점포가 나왔다하면 금액 상관없이 우선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명동 화장품숍을 업계에서는 안테나숍이라 부른다. 안테나숍(antenna shop)은 신제품이나 새로운 브랜드 론칭의 시장조사·수요조사·광고효과 측정 등을 이유로 운영하는 점포로 상징성이 크다. 패션에서는 파일럿숍(pilot shop)이라고도 한다.

신생 브랜드는 명동의 가맹점주에게 손실은 전액 보상해주고, 일정 부분 이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는 게 관례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브랜드를 띄우는 한편 명동 매장 유지는 전국 주요 상권에서 유통업자들에게 브랜드 선전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판매부진으로 1년 동안 4억 8천여만원 손해

처음엔 아름답게 출발하지만 판매 결과에 따라 양측 모두 상처를 입기 쉬운 게 가맹점 계약이다. 원고는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 피고는 명동 가맹점주 A씨다.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재판을 건 것이다. 보통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는 가맹본부가 한 가맹점주에게 소송을 건 것이다.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성공을 이을 제2의 브랜드로 어퓨를 새롭게 출범시켰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야심찬 계획 하에 2011년 4월 오프라인 매장을 론칭했다. 대부분 신규 브랜드는 시장에 안착하기 전 처음엔 고전하기 마련. A씨가 가맹계약 체결을 권유받던 시점(2012년 12월)에 어퓨는 2개 가맹점이 적자로 계약기간 내 폐업했고 나머지 12개 직영점들도 적자 상태였다.

A씨는 당시 본부장이던 P의 권유와 어퓨 1호점 성공을 위한 회사 측의 지원을 믿고 10여억 원을 들여 명동에 매장을 오픈했다.(계약기간 3년) 특히 성공한 어퓨가맹점 1호가 될 수 있도록 공급가격 인하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보전하여 절대로 적자를 보지 않게 해주겠다는 제안으로 특별지원약정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성적표는 초라했다.

#3 가맹본부는 구두지원 약속 안지키고 직영점 준비

A씨의 주장은 1년간 월세를 못 낼 지경으로, 4억 8천만원의 손실이 났으니 2013년 12월 가맹본부에 ①향후 지원책 제시 요망, 그러면 손해 스스로 해결 ②해결책 없으면 지금 시점 계약 해지의 2개안을 제안했다. 물론 그런 안을 내놓기 전까지 회사는 적자보전을 구두로 약정했고, A씨는 적자상태에도 1년 이상 가맹점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손해 발생은 가맹점의 문제가 아니라 가맹본부의 신규 브랜드 론칭이 부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가맹본부는 명동 매장을 포기할 수 없으며, 직영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리곤 2014년 1월 22일 가맹본부는 40미터 거리에 어퓨 직영점 개설을 위한 입점계획서를 임대주와 맺었고, 이어 직원모집 공고를 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2014년 1월 28일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어 2014년 2월 4일 가맹본부가 입주할 건물의 점포를 철거한다는 사실을 알고, A씨는 가맹사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에 분쟁조정신청을 했다.

2014년 2월 6일 가맹본부는 명동중앙로점의 신입 및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냈고, 2월 13일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벌였다. 이에 A씨는 2014년 2월 26일 어퓨 브랜드 간판을 철거하고, 제품을 철수했다. 이 당시 A씨는 합의 실패로 인지하고 계약을 해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4 가맹계약 위반으로 공정위 제소

2014년 3월 18일 가맹본부는 어퓨 명동중앙로점을 개설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29일 가맹본부는 A씨를 ‘가맹계약 파기’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지원금 9억 8,753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A씨는 2014년 6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한 가맹사업거래행위로 가맹본부를 제소했다.

그는 ①가맹 계약 전 타 가맹점의 과거 매출 정보나 영업이익 등의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해 오판으로 가맹계약을 맺은 것은 기망행위이며, ②영업 지원을 부당하게 중단 또는 거절한 것은 가맹사업법을 따르지 않았고, ③가맹본부가 일괄주문 형식으로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구매토록 강요했으며 ④출하율을 50%로 맞춰주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지급한 바 중도 해지했다고 기 지급한 판매장려금 전액을 반환토록 계약조건을 설정한 것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약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①손실보전은 가맹사업을 영위하는 필요한 영업지원으로 보기 어렵고 ②특별약정에 따른 영업지원금은 정산이 완료되지 않아 미지급된 것이며 ③화장품 강제 발주는 양측 주장이 달라 사실 확인이 곤란하고 ④기존 가맹점 폐점사실 및 직영점 손익정보를 고의로 누락했다는 것은 중요사항 누락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⑤영업지역 침해는 가맹점사업자에게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어 ‘주의 촉구’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에 열린 1심에서는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가맹점주가 계약을 해지한 것을 이유로 손해액 중 일부인 2억 8,000여만원 배상 선고가 내려졌다. 2심은 다음 달 열릴 예정이다.

#5 안테나숍을 빼앗으려는 의도가 소송 이유

A씨는 계약 해지 전에 이미 ㈜에이블시엔씨에서 40미터 옆에 직영점 개설을 시작하였고,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그간의 약속은 저버린 채 손해는 물론 심각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여러 정황이 있었음에도, 재판부가 계약기간이 남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상을 결정한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 이전에 중요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인데 이를 무시한 가맹본부에게 유리한 법 해석은 사회정의에도 맞지 않고, 가맹점주들이 보았을 때는 뭐든지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부담을 주는 무리한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또 A씨는 가맹본부가 앞서 맺은 2개점 중 한 곳은 재고 반품 10% 차감, 인테리어 감가상각 후 배상, 다른 한 곳은 재고 반품 10% 차감 외 인테리어도 배상하지 않는 조건으로 폐점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곳 모두 가맹본부에서 계약기간 중 폐점했음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심지어 수익을 낸 곳도 중도해지 하면서 위약금을 물리지 않았는데, 엄청난 손실을 입은 자신에게만 손해배상 운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이런 경우는 오로지 안테나숍을 빼앗으려는 의도대로 되지 않자 화풀이 하고 있다”는 이유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가맹본부인 대형 로드숍과 가맹점주의 다툼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또 명동이라는 상징성이 큰 화장품매장이어서 주변 가맹점주들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쟁점은 ①공급가격 조정을 위한 특별지원 약정 효력 ②가맹계약 전 기 가맹점의 폐점 사실과 직영점의 손실 상황 등의 정보 제공 의무 ③가맹본부의 판촉비용과 리베이트(백마진)의 파기 전 지급분의 반환 의무 ④가맹점과 지근거리의 직영점 개설로 인한 가맹점주의 배타적 영업지역권 침해 ⑤가맹본부의 강제 발주 ⑥약관 위반 ⑦문서화 되지 않은 손해발생 시의 보전 약속 등이다.

#6 명동은 화장품업계의 파워 스폿

명동 상권의 화장품점은 현재 직영점, 가맹점 합쳐 136개(6월말)에 유동인구도 하루 7만 2,000여 명에 이른다. 신규 로드숍 진출 기업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노른자 상권이다. 신규 브랜드 론칭은 기업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투자다. 가맹점주는 전재산을 투자해서 벌이는 머니 게임이다. 한번 차지한 곳은 아무도 물러서지 않는, 그야말로 ‘버티는 자가 성공한 자’가 되는 머니게임 전장이다. 가맹본부도 가맹점도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서바이벌이 유일한 존재이유가 된다. ㈜에이블씨엔씨와 A씨는 지금도 유커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쇼핑하는 명동 코앞에서 경쟁하고 있다.

어퓨는 지금 모두 직영점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명동은 다른 한편으로 파워 스폿(power spot)이다. 화장품 업계의 ‘영험한 기운이 흐르는 곳’이다. 한국의 신비함을 표현한 아름다운 화장품이 세계로 퍼져나가는 곳이다. 명동은 한국화장품의 미래를 ‘밝히는 상권(明洞)’이 되어야 한다. 미국의 세도나, 호주의 에어즈룩이 대표적인 파워 스폿이듯, 명동은 한국화장품의 파워 스폿이어야만 한다. 갑을의 소송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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