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로 성분 알 수 없거나 유독 성분 세척제 사용 자제 필요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서울 초·중·고 급식실 55곳에서 본지가 지난 18일 보도한 '엔위드'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트로클로센 나트륨(troclosene sodium, CAS No. 2893-78-9) 성분의 세척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학교 급식실에서는 영업 비밀을 내세워 성분을 알 수 없거나 유독성 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는 가급적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합성=뷰티경제>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가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서 받은 '서울 학교 급식실 세척제 사용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유독물질 트로클로센 나트륨 성분을 함유한 세척제를 55곳의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담금세척제, 애벌세척제, 식기세척제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으며, 1년에 15kg에서 최고 940kg까지 썼다. 이 자료에서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1년 동안 서울 지역 초·중·고교 1,197곳이 사용한 세척제는 총 8,780개(1,294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트로클로센 나트륨은 환경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지난해 유독물로 지정했다. 노동부도 트로클로센 나트륨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증기·물질 형태로 흡입·섭취·접촉할 경우 심각한 상해, 화상,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위해·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미 지난 2009년 11월 트로클로센 나트륨을 식품첨가물 지정을 취소하고 식품에 직접 첨가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만큼 트로클로센 나트륨은 유독성이 강한 성분이다.

이외에도 발암물질인 비소(CAS No. 7440-38-2)나 카드뮴(CAS No. 7440-43-9) 성분의 세척제를 사용한 학교가 각각 7곳(4개 제품)이었다. 황산(CAS No. 7664-93-9) 성분의 제품을 사용하는 학교도 117곳(16개 제품)이나 됐다.

7개 학교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납(CAS No. 7439-92-1) 성분의 세척제를 썼고, 418개 학교에서 발암 의심 물질인 2-부톡시에탄올(CAS No. 111-76-2) 성분 제품을 사용했다.

세척제 8,780개 가운데 906개는 아예 '영업 비밀'로 표기해 성분 자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A학교 급식실 영양사는 "식기세척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세척제 성분에 대해서 꼼꼼하게 파악해서 학교장에게 보고 후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B학교 급식실 영양사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보고 세척제에 사용된 성분을 알아보고 있지만,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 보니 모두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식기세척기 단계에서 건조촉진제(린스)를 사용하지 않거나 담금세척 후에 애벌세척기를 따로 둬서 다음 단계인 식기세척기에서 세제를 안 쓰고 물로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식기에 세제의 잔존 검사를 1주일에 두 번 정도 pH 농도 측정을 통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식기 세척 과정은 일반적으로 식기를 물에 담가 이물질을 제거하는 담금세척 단계와 추가 세척·헹굼·건조·살균 작업이 진행되는 자동식기세척기 단계로 나뉘는데 각각 세제가 들어가게 된다. 자동식기세척기 단계에서는 세제 제거와 건조촉진을 위해 린스를 사용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급식운영팀 관계자는 "서울 학교 급식실 세척제 사용 현황 자료를 활용해서 트로클로센 나트륨, 비소, 카드륨, 황산 등 위해·위험성 성분이 포함된 제품은 일선 학교에서 사용을 자제하고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권장할 예정"이라며 "내달 학교 영양사 교육 때 노동환경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최인자 팀장에게 세척제 관련 강의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도 "학교 급식실에서 식기 세척제를 사용할 때 노동부 MSDS에서 위해 성분을 따져보고 사용하라고 지침을 내렸다"며 "이번에 조사된 세척제 위해 성분 자료를 환경부, 노동부, 산자부 등 관련 기관들과 협의 후에 전국 시·도 교육청과 공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교 급식실에서는 영업 비밀을 내세워 성분을 알 수 없거나 유독성 물질이 함유된 세척제는 가급적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자료 분석을 맡았던 노동환경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최인자 팀장은 "학교 급식 세척제에 대한 유독 성분이 드러난 만큼 세척제 규격과 기준이 더 강화돼야 하고 세제 잔존 여부 검사가 좀 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화학물질 관련 법들이 구멍 난 곳 없이 안전한 사회를 지킬 수 있도록 대폭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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