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 "화학물질 관리에 시민·지자체 제도적 참여 보장해야"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화학물질관리와 지역사회알권리 보장 확대를 위해 17년째 활동하고 있는 임상혁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그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자 알권리 보장을 위한 화학물질감시네트워크(감시네크워크),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의 공동 대표로, 가습기살균제특별법과 화학물질 관련 제도 개정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올해 정기국회는 화학물질의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등 3법의 개정 문제가 최대 관심사다. 이와 관련 임 소장은 시민 참여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화학물질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시민 참여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사진=이덕용 기자>

#1. "사고 발생 시 시민과 지자체가 모르는 비상계획은 말이 안된다"

"제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 관리를 기업이 주도했다면 앞으로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에 집중됐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 감시네크워크를 중심으로 2014년부터 법 개정운동이 진행돼, 최근 주민참여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조례를 통해 보장하는 방향으로 화관법이 개정됐다. 따라서 화학사고의 우려와 고독성 물질 노출 우려 지역부터 적극적으로 조례 제정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현재 노동환경건강연구소를 비롯해 27개 단체로 구성된 감시네트워크는 △ 지역사회알권리법·조례 제정운동 △ 화학물질정보공개 청구소송운동 △ 우리동네위험지도 제작보급운동을 3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 인천시·전남·전북·군산시·양산시가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서울·수원·영주·구미·여수·광주·울산·안산·성남·파주 등이 추진 중이다.

특히 그는 화관법에서 '지역비상계획수립위원회'가 빠진 것을 개탄했다.

"기업들이 물질안전보건자료와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정보, 사고 시 비상대응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지역비상계획수립위원회가 화관법에 배제돼 있다. 또 현재 4만 5,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는데 위해관리계획서 작성대상을 사고대비물질 69종으로 국한돼 있다. 너무 적다. 아울러 화학사고 발생 시 피해 당사자인 지역주민에게 즉각 사고 사실을 통보해야 하는 의무 조항도 빠져 있다.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 이후 300여 건의 화학물질 사고 중 단 1건도 주민에게 통보한 사실이 없었다. 법적 의무가 누구에게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환경부의 화학사고 영향조사에 참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너무 당연한데 안 돼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임 소장의 목소리는 살짝 흥분돼 있었다.

#2. "산자부의 제품안전관리 기능은 환경부로 넘겨야 한다"

임 소장은 장난감·소파·장판 등 고형 제품도 고독성 물질을 파악 가능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화평법은 세척제 같은 생활화학용품만 관리하게 돼 있다. 모든 제품 중의 발암물질 등 고독성 물질을 파악할 수 있게 법이 개정돼야 한다. 특히 산자부가 가진 제품안전관리를 환경부 등 타 부서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의 효과 등을 인증하고 지원하는 산자부에 시민 안전과 제품의 안전관리를 맡길 수 없다."

화평법의 선별적 등록방식에 대해서도 임 소장은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현재 화학물질로 등록·관리 중인 500여 개를 2020년까지 2,000여 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화학물질 4만5,000종 중 일부만 독성·용도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유통량이 1톤 이상 되는 모든 기존화학물질과 0.1톤 이상 되는 신규화학물질은 모두 등록돼야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을 수 있다."

임 소장은 '허가대상 후보물질목록'을 정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 제한에 관한 법률(REACH)은 독성 우려가 큰 물질에 대해 '허가대상후보물질목록(Candidate List)'을 작성해 공개하고 있다. 이 목록에 오르면 기업들은 스스로 화학물질 사용을 자제한다. 우리나라는 후보물질 목록 작성 공표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고독성 물질의 저감과 대체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허가대상후보물질목록은 반드시 필요하다."

#3. 가습기살균제 참사 보상은 포괄적이어야 한다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가 지난달부터 가동돼서 현장조사를 마치고 기관보고, 영국 방문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임 소장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특위 소속돼 활동에 기대가 크다며 가습기살균제특별법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해서 조언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보상의 범위는 포괄적이어야 한다. 피해자에게는 의료 이용에 관한 급여 이외에도 생활급여, 장해급여, 사망 시 유족급여가 지급돼야 하며, 정신적 피해도 보상돼야 한다. 개별 피해보상과 함께 집단 또는 지역사회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임 소장은 기업의 책임성 강화 법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입증 책임은 원인 제공자인 기업에서 해야 하며, 기업을 통해 조성되는 기금에는 반드시 예방과 감시활동에 필요한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 소장은 지난달 있었던 보건·환경·의학계 전문가 500명 국민선언(본지 7월 14일 보도)은 "간절한 마음으로 전문가들이 시민 안전을 호소한 선언이었다"며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이 개별법이 아닌 모든 유해물질의 피해 보상을 포괄하는 법이었으면 한다. 앞으로 발생할지 모를 모든 환경피해가 보상되는 법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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