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물질 명칭 변경이 SKC 정보보호 차원?…환경부 고시와도 표시 달라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지난달 26일 본지가 보도한 '고용노동부, 옥시 성분 PHMG 유독성 관보 누락…12년간 모르쇠'와 관련 '행정착오였다'로 궁색한 변명을 했던 노동부가 이번엔 엉뚱한 명칭으로 관보에 고시했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가습기살균제 성분 PHMG의 유해성과 위험성을 'YSB-WT'라는 명칭으로 지난 1997년 6월 4일 관보에 고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산안법 제40조 제1항과 3항에서는 옥시 가습기살균제 성분 PHMG를 제조한 유공(현 SKC)과 같이 신규화학물질을 제조하려는 자는 그 유해성 조사결과보고서를 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노동부 장관은 유해성 조사결과보고서가 제출된 때에는 신규화학물질의 명칭·유해성·조치사항 등을 공표, 관계부처에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6월 15일과 23일 송기호 변호사에게 SKC가 PHMG 유해성조사결과보고서(결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그 유해성을 관보에 고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보공개 답변을 했다. 그러다가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가 시작하자 지난달 25일 SKC가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는데 행정착오로 관보 공표를 누락했다고 말을 바꿨다. 이러한 사실은 가습기살균제 문제에서 국가의 직접적 법률 위반행위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었다. 그런데 4일 노동부가 다시 말을 번복한 것이다.

노동부의 주장대로라면 옥시 가습기살균제 성분 PHMG는 1997년 6월부터 관보에 독성이 고시된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도 몰랐던 이름으로 고시한 것을 PHMG 유해성 공표로 주장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산안법에서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고시하도록 한 것은 일반 국민이 그 유해성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부는 PHMG를 YSB-WT로 명칭을 바꾼 것은 SKC 정보보호를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SKC의 정보보호 신청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정보 보호 기간도 원칙적으로 3년. 노동부가 '국민의 건강보다 SKC의 정보 보호를 더 중요시 한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노동부는 산안법에 따라 PHMG 유해성을 환경부에 통지했다는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노동부는 보존 기간이 지났다고 해명했지만, 환경부가 노동부에 통지한 1997년 2월의 PHMG 심사결과통보서는 여전히 환경부에 남아있다. 만일 노동부가 법을 지켜 PHMG의 유독성을 환경부에 알렸다면 환경부가 지난 1997년 12월에 PHMG를 유독물, 관찰물질, 취급제한물질이 아니라는 관보 고시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울러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들이 'PHMG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한 물질'이라고 홍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송기호 변호사는 "유독물이 아니라고 한 환경부 고시에서는 PHMG를 표시하고, 독성이 있다고 한 노동부 고시에서는 'YSB-WT'로 표시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노동부가 SKC의 정보 보호를 어떻게 취급했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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