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부연구위원 "현행 법체계로 제2 가습기살균제 참사 재발 막기 어려워"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위해서 유해 화학제품의 경우 농약 관리체계와 같이 엄격한 규제와 사전 허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법제연구원 김정은 부연구위원(글로벌법제연구실)은 지난 3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행 법체계하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화학제품이 새롭게 개발돼 출시되는 경우 적용할 법률이 없거나 모호해 규제되지 못하는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위해서 유해 화학제품의 경우 농약 관리체계와 같이 엄격한 규제와 사전 허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이미지 합성=뷰티경제>

김 부연구위원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문제된 유해 화학물질이 최초 바닥 세척제 물질로 제조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가습기살균제로 출시되면서 아무런 제재나 추가 절차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즉, 허가받은 물질의 용도에 대한 규제가 없다면 유해한 화학물질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그는 "이에 따라 이미 허가받은 화학물질도 용도나 목적에 따른 허가 절차는 반드시 별도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물질과 화학제품의 관리에 관한 현행법에는 화학물질의 평가 및 등록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품공법), 농약관리법, 약사법, 식품위생법 등이 있다.

2013년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화평법은 신규화학물질 또는 연간 1톤 이상의 등록대상 기존화학물질의 경우 유해성·위해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위해우려 제품으로는 15종만 규정하고 있고 그 품목에 따른 기준별로 관리되고 있어 한계점이 있다.

또 화학적 반응에 의한 살균·항균 기능성 제품은 유해화학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화평법 적용이 어렵다. 아울러 인체에 직접 작용되지 않거나 감염병 예방 제품이 아니라면 약사법 적용도 안돼 일반 공산품으로 관리되는데 이런 제품은 출시 전 자율규제 절차만을 거치게 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 약사법상 의약외품의 고시 품목에 '미생물 번식과 물 때 발생 예방 목적으로 가습기 내 물에 첨가해 사용하는 제재'를 포함해 재발 방지하고 있지만 예방적 차원에서 볼때 매우 미흡하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항균 양말, 항균 물티슈, 항균 방향제 등 수많은 항균·살균 제품이 새롭게 나오고 있는 환경에서 현행법으로 적절한 안전관리가 얼마나 실효성있게 운영될 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EU와 미국은 소독제·보존제·유해동물방제제 등 유해 생물체의 제거·억제·무해화·예방 효과 기능을 가진 물질·제품과 살생물제을 구분해 개별 법률로 운영하고 있다.

EU는 살생물제 관리법 BPR(Biocidal Products Regulation)을 통해 이를 구분하고 사전 유해성 평가를 위한 허가 절차를 거쳐야 시장에서 유통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연방 살충·살균·살서제 관리법(Federal Insecticide, Fungicide, and Rodenticide Act, FIFRA)도 살생물제를 농약과 같은 수준으로 관리하며,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반드시 사전 등록 절차를 거쳐야만 유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살생물제품은 용도·목적·기능에 따라 관리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유해화학 물질을 가습기살균제로 못 쓰게 하거나, 공산품보다 더 규제하는 정도로 관련 법을 고치는 것은 제2, 제3의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묵인하는 것과 같다"며 "살생물제 화학제품은 농약과 같은 엄격한 규제와 사전 허가제 방안이 조속히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