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2만여 명 참가 행사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행사장 '썰렁'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환경부가 국민안전처와 공동으로 22일부터 2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이라는 행사를 연다고 해서 직접 찾아가 봤다.

일단 행사 장소도 눈에 띄지 않는 코엑스 3층 C관에 있었다. 이례적이었다. '한 개 부처도 아니고 두 개 부처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인데 왜 이런 곳으로 장소를 잡았을까'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였다. 더욱이 코엑스 1층 B관은 다른 행사가 없었다. 건물 약도를 따라 행사하는 3층으로 올라갔다. 2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라는 환경부의 설명과 달리 현장 등록대는 한마디로 썰렁했다. 세미나가 시작하는 오후 3시쯤 돼서 세미나실마다 들러봤다. 역시 세미나를 듣기 위한 청중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 2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의 전시관 입구 전경. <사진=이덕용 기자>

이날 세미나 주제는 △ 생활 속 화학제품 바로 알기, △ 국내·화학물질 관리 동향, △ 국민 생활 속에서의 화학물질과 안전 무엇이 문제인가? △ 화학안전공동체 우수사례 발표 △ 생활 속 화학물질 안전사용을 위한 각 분야의 역할 등이었는데 한두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주제 세미나실은 빈 자리가 많았다. 행사를 급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한 관람객은 행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정부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대한 언론 홍보가 하루 전에 딱 한 건이고, 행사 당일 홍보도 별로 없는 것 같다"며 "홈페이지에도 세미나의 제목만 있고, 세부 발표자와 내용이 없는 등 준비가 너무 부실하고 엉망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환경부의 정책홍보관
▲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한국환경공단 부스
▲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부스

참가 업체들이 있는 전시관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환경부 정책홍보관, 환경공단,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 등 기관의 부스만 크고 화려했고 나머지 참가 업체들은 작은 부스를 운영 중이었다. 그런데 관람객이 없다 보니 기관이나 업체 직원들만이 지키고 있는 부스가 대부분이었다. 전체적으로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이 시기에 '이런 행사를 많은 돈 드려서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정조사와 청문회 조사대상이고 검찰수사도 받고 있다. 또 최근에 윤성규 환경부 장관도 사실상 경질된 상태다. 이런 이유로 환경부가 행사 홍보와 준비를 적극적으로 못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 행사장의 한구석에 세워진 모형 옆에 쓰여 있는 '더욱 엄격하게 검사 관리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이날 따라 더 크게 눈에 들어왔다.
▲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참가 업체 부스
▲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LG생활건강 부스

이와 함께, 이번 행사에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조사를 받아야 할 기관들이 참여한 것도 문제로 보였다.

한국화학물질관리협회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들이 참여해 있는 사단법인이고, 호서대 안전성평가센터는 교수가 옥시로부터 뇌물수수와 연구조작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연구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도 가습기살균제 6개 제품에 KC 마크를 부여했고, 옥시로부터 동물시험을 의뢰받아 제품의 독성을 확인했지만 이를 공개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

이런 단체들이 함께 만든 행사에 국민이 얼마나 신뢰를 하고 참석할 수 있을까? 행사 관람객이 적을 수밖에 없음이 나름 이해됐다.

▲ 환경부 '2016 생활 화학 안전주간' 행사에서 화학안전공동체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애초 행사의 주제와 취지를 "정부, 기업, 국민이 함께 화학으로 소통하여 바른 생활, 화학 안전문화 확산"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열린 사전행사의 주제는 '생활 속 화학제품 안전하게 사용'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소비자들이 화학제품의 사용법을 잘 몰라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기업들이 만들어서는 안 되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고 정부가 이를 방치하면서 초래된 사건이다. 제조판매사와 안전 검증 기관들에 생활 속 화학제품을 더 안전하게 제조해야 한다는 점이 더 강조할 때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을 묻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과정이 진행돼야 교훈을 나누고 재발 방지를 위한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다"며 "환경부는 이런 엉터리 같은 행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에 성실하게 임하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찾기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때"이라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 한구석에 세워진 모형 옆에 쓰여 있는 '더욱 엄격하게 검사 관리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이날 따라 더 크게 눈에 들어왔다. '환경부가 이 문구대로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했다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막을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안타까움이 크게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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