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시민단체, 공정위의 가습기살균제 기만 광고 혐의 '심의절차종료'에 반발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애경·SKC·이마트의 가습기살균제 기만 광고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종료'를 선언하자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분노했다.

공정위는 24일 애경·SKC·이마트가 가습기살균제의 주성분명 등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혐의와 관련해 지난 19일 열린 제3소회의에서 심의절차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종료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어렵고,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을 때 한다. 공정위는 환경부의 조사 결과로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면 위법성 판단을 재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 건은 공소시효가 이달 말로 끝나서 검찰 고발을 하지 못하게 된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이덕용 기자>

SKC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고, 애경은 이 제품을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했다. 이마트는 같은 제품을 애경으로부터 납품받아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라는 자체상표 상품 라벨을 붙여 2006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팔았다. 이 과정에서 제품라벨 등에 주성분명과 독성 여부가 은폐·누락됐다. 이 부분이 공정위에 지난 4월 신고돼 4개월 동안 조사를 벌여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에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년간 건강피해가 확인됐고 새로운 증거들이 제시됐는데도 공정위가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 살인기업의 편에 섰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다음 주 국회 국정조사 특위의 청문회를 앞둔 시점에서 공정위의 이번 의결은 애경·SKC·이마트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CMIT·MIT 가습기살균제의 위해성에 관한 증거와 문제점을 제시했다.

▲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이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발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덕용 기자>

첫 번째로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했던 피해 신고자 5명이 1~2단계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중 사망자가 2명이나 포함돼 있다. 생존자 중에 목을 뚫어 산소호흡기로 숨을 쉬어야 했던 심각한 어린이의 피해 사례도 있다.

독성학 전문가들은 페스트균이 쥐에게 피해를 주지 않지만, 사람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 사실을 예로 들며, CMIT·MIT가 동물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사람에게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질병관리본부의 2011년 동물 실험 결과만을 인용하여 제조판매사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두 번째로 미국환경보호청이 CMIT·MIT 성분의 흡입독성으로 인해 비염을 유발한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실제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수백 명의 사용자가 비염·천식을 호소했고, 환경부가 구성한 폐이외건강영향조사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점을 확인해 피해 판정 기준에 보완할 예정이다.

세 번째로 SKC는 그동안 CMIT·MIT 주성분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하면서 안전성이 충분히 검토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제조사의 잘못된 계산에 의한 것임이 이번 국정조사 과정에서 이정미 의원(정의당)을 통해 확인됐다는 점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정조사 특위 안종주 예비조사위원은 "명백한 인체 역학자료와 기존 독성자료가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됐음에도 공정위는 이에 어긋나는 판단을 내렸다"며 "국회가 청문회에서 공정위의 잘못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은 "공정위가 만든 최근 백서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관련된 것을 한 줄도 찾아보기 힘들었다"면서 "공정위는 이번 결정을 반드시 철회하고 소비자의 주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만약 공정위의 이번 판단이 맞다면 정부가 1~2단계라고 판정한 우리 가족, 아이들은 대체 누가 죽고 다치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공정위를 검찰에 고발할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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