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국민행동과 공동으로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특위 우원식 위원장 서면 인터뷰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가습기살균제 특위 우원식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사고는 정부 과실이 분명하다”며 관련 부처의 책임을 철저히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본지는 발암물질국민행동과 함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우 위원장으로부터 그동안 진행했던 현장조사, 기관보고 등 특위 활동의 중간 평가를 들어봤다. 한편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특위)가 오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청문회를 열고 9월 2일 종합조사도 한다.

  ▲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 우원식 위원장이 지난 16일 기관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원식 의원실>

Q. 현장조사와 기관보고가 끝났다. 가습기살균제 특위 활동에서 밝힌 내용은 무엇인가?

A. 이번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소비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여긴 채 이윤을 목적으로 한 기업의 탐욕이 제1원인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책임이 바로 국가에 있다. 국가의 잘못은 도의적이지 않다. 헌법상 국가에게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사인의 침해로부터 보호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에 비추어볼 때 화학물질과 이를 바탕으로 제조되는 각종 생활제품은 국민의 생명·안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정부는 관련 법령상의 의무뿐만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선제적·적극적으로 취해야 했다. 따라서 이번 가습기살균제 사고와 관련해 정부는 분명한 과실이 있다.

용도 변경 시 유해성 심사 안한 환경부

화학물질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화학물질 원료에 대한 종합적인 유해성 심사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또 환경부는 용도에 대한 유해성 심사조차 매우 허술하게 진행했다. PGH의 유해성 심사 신청서 심사 시 사업자는 이 물질의 배출경로를 '스프레이·에어로졸 제품 등에 첨가'라고 명시되어 제품에 분사하는 형태로 사용할 것임을 인지할 수 있었으나, 환경부는 '최종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흡입을 통한 독성노출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여 추가적인 시험을 실시하거나 요구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2001년 옥시가 '가습기당번'의 원료물질을 PHMG로 변경할 때에도, 새로운 용도에 따른 흡입독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PGH 역시 최초 보존제로 허가를 받았으나 이후 가습기살균제용으로 쓰이는 등 허가 당시 용도와 전혀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었음에도 이를 규제하지 않았다. 명백한 주의 의무 위반이다.

또한 환경부는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심사가 끝나더라도 용도의 변경 등이 발생하면 재심사 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신규 화학물질의 유해성심사제도 및 생활화학제품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였으나, 산업부 등 관계부처의 반대로 인해 무산됐다고 변명하고 있다.

▲ 지난 16일 가습기살균제 국조특위 기관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우원식 위원장 <사진 제공=우원식 의원실>

위해우려 가습기살균제 관리 미지정은 산업부의 책임

가습기살균제는 산업부가 관리하는 공산품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가습기살균제는 신규 공산품이나 세정제라는 관리품목에 포함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들은 2006년부터 산업부에 품공법에 따른 자율안전확인대상 여부를 묻는 질의를 지속해서 해왔다. 2006년부터 확인된 내용만 4건이다. 따라서 위해가 우려되는 미관리 품목인 가습기살균제에 대해 법령에 따라 신규 관리품목으로 지정할지를 식약처 등과 협의해야 함에도 업무를 게을리했다.

또한, 산업부는 지난 2010년 고시 변경을 통해 CMIT·MIT를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하고 그 사용 안전기준을 설정해놓고도 이를 제품 안전인증에 적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지난 2010년 4월 1일 고시한 '자율안전확인 대상 공산품의 안전기준 일부 개정 입안 예고'에 따르면, 기존에 없던 섬유유연제에 사용할 CMIT·MIT 사용 기준치를 15mg/kg으로 설정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외에 세정제, 합성세제에 살균제가 함유돼 있으면 함량에 상관없이 표시하도록 했다.

의약품 광고표시 위반 회수조치 안한 식약처

약사법 제61조 및 제66조에 따라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이 아닌 것을 용기·포장 또는 첨부 문서에 의학적 효능·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게 표시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고 있다.

PGH를 원료로 만든 세퓨의 가습기살균제는 그 용기의 표시에 '감기, 폐렴 유발균 등 유해 세균 제거'라 표시해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으로 소비자가 오인되게 제조, 판매됐다.

이와 함께 지난 2009년 11월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는 식약처 민원게시판에 준비 중인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해 관계 법령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 식약처는 이에 대해 "가습기살균제의 담당부처가 아니나, 문의한 내용처럼 공산품을 '아토·오가닉' 등의 의약적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아토오가닉 제조사는 이를 알고도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해 판매했다.

흡입독성 실험을 잘못 시행한 질병관리본부

정유섭 의원이 밝혀낸 사실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금까지 총 3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CMIT·MIT의 유해성을 확인하고도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지금까지 SKC, 애경, 이마트 등이 검찰수사에서 제외된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런데 질병관리본부가 CMIT·MIT 흡입독성 실험 당시 이 물질의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에서 진행했던 것이 확인됐다. 더구나 이 실험을 담당한 안전성평가연구소와 질병관리본부가 이메일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도 실험을 강행한 증거도 나타났다. 중대한 인명 사고의 원인을 밝혀낼 책임 있는 국가기관이 고의로 실험 조건을 왜곡한 잘못은 대단히 크다. 이 행위의 고의성이 해당 기업체를 위한 것인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 반드시 사법적으로 규명돼야 한다.

결국, 이번 사고는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관련 부처들의 규제 부작위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사법·감사 당국은 이 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국가의 가장 주요한 의무를 다하도록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뷰티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