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본사 책임 묻는 질문에 모르쇠…김앤장 변호사 "변론 중 내용 답변하기 어렵다" 되풀이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옥시) 대표가 29일 국회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와 피해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샤프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 "옥시의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자 분들에게 사과한다"며 가습기살균제와 피해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또한, 3, 4단계 피해자에 대해서도 정부와 협조해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옥시) 대표가 29일 국회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와 피해 인과관계를 모두 인정했다. <사진=국회 생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그는 영국 본사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해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이만희 의원(새누리당)은 "옥시가 제품의 흡입독성 실험 필요성을 인지했지만, 인수합병이 이뤄지기 전인 2000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 본사측의 요구로 실험을 중단한 내용이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샤프달 대표는 "당시 내부의 테스트 여부와 결정을 내릴 때 전후 정황을 모르고, 인수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 정확한 답변을 못한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 29일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회 생방송 화면 캡처>

우원식 특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011년 옥시가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에 제품 함유물질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하는 과정에 개입한 내용을 확인했다"며 "KCL에 이메일을 보낸 직원이 옥시 본사의 직원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샤프달 대표는 "연구원은 해당 국가의 연구소 소속으로 알고 있는데 좀더 확인해보겠다"고 역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정미 의원(정의당)은 "진정한 사과는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옥시는 지난 4월 유엔에 법적 책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허위보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자세한 사항을 알지 못해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 김삼화 의원이 29일 열린 국회 특위 청문회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의 이재원 대외협력 전무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 생방송 화면 캡처>

옥시측 대리인으로 나온 김앤장의 장지수 변호사도 "우리가 변론 준비·소송 과정에서 자문한 사항에 대해 비밀을 엄격히 지키는 것이 의무"라며 "변론 중인 내용에 대해선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옥시 관련 증거 조작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장 변호사의 태도에 정태옥 의원(새누리당)은 "김앤장이 국회 청문회를 희화화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성토했다.

우 위원장도 "모든 질문에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재판 핑계만 대고, 자기 잘못까지 은폐하려고 하는 김앤장의 태도를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냐"며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회 특위의 레킷벤키저 본사 방문 조사가 꼭 필요함을 느꼈다"며 "제2차 청문회와 가습기살균제 판정기준의 논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국회 특위의 레킷벤키저 본사 방문 조사가 꼭 필요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진=국회 생방송 화면캡처>

이번 가습기살균제 청문회에는 증인·참고인 28명 중 13명만 참석했다. 거라브 제인 전 옥시 CEO, 신현우 전 옥시 사장, 옥시 의뢰로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가 있는 조명행 서울대 교수, 유일재 호서대 교수 등이 참석하지 않았다. 유 교수는 재판일정으로 일정을 미뤘고, 우울증과 심신미약을 사유로 불출석한 조 교수는 이날 동행명령장까지 발부받았지만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은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옥시 핵심 증인들의 불출석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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