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평등권·재판절차진술권 침해…SKC·애경, '인체 무해' 광고 입증 책임"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가습기메이트 피해자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부당 표시광고 심의절차 종료결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송기호 변호사는 8일 "공정위의 SKC·애경산업에 대한 심의절차 종료결정이, 헌법이 보장된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8월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공정위의 심의종료의결 발표를 규탄하고 있다.<사진=이덕용 기자>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판매해 온 SKC와 애경산업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인체 무해', '심리적 안정과 정신적 피로 회복 효과', '흡입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리적 안정, 진정 효과' 등의 광고를 했다. 가습기메이트의 피해자는 "이 업체들이 부당 표시광고를 했다"며 지난 4월 공정위에 신고했다.

공정위가 이 사건을 부당 표시광고로 결정할 경우, SKC와 애경산업은 검찰에 고발돼 과징금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들도 옥시 피해자들처럼 배상과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 열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 8월 24일 "가습기메이트의 주성분과 독성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점만으로 위법행위로 판단하기 곤란하다"며 심의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31일까지 공소시효였던 SKC와 애경산업은 더 이상 부당 표시광고 혐의로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송 변호사는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는 제조·판매사가 CMIT·MIT를 표시하지 않았거나 그 독성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신고한 것이 아니다"며 "공정위의 조사는 청구인이 신고한 부당 표시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이라 할 수 없어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헌법 재판 청구의 의의는 제품의 안전함을 표시한 제조자가 표시 내용의 진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는 시장 경제의 기본 원칙을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사업자가 자신이 표시 광고한 내용 중 사실과 관련한 사항에 대해서는 실증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CMIT·MIT는 미국에서 1998년 농약으로 분류돼 2등급 흡입독성 물질로 지정됐다. 환경부도 지난 2012년 9월 CMIT·MIT와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유독물로 지정했다. 환경부는 3차에 걸친 조사에서 피해자 5명을 CMIT·MIT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자로 인정했다.

하지만 가습기메이트 피해자들은 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달리 어떠한 구제나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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