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유명무실…체육교구에서도 고농도 납 나와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초등학교 학습·체육교구에서 환경호르몬과 납이 다량 검출돼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환경연대와 발암물질국민행동은 김민기·우원식 의원과 함께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초등학교 교육시설과 학습교구의 환경호르몬 실태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총 35개 제품 중 72%인 25개 PVC 재질의 제품에서 프탈레이트(DEHP)가 0.01~31.27% 수준으로 검출됐다. 체육 시간과 방과 후 체육 활동에 사용되는 체육교구에서는  납과 프탈레이트의 수치가 높았다. 체육교구 24개 제품 중 7개 제품(29%)에서 납이 680ppm~6,007ppm 함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유해물질 공통안전기준에서 정한 300ppm을 2배에서 20배까지 초과하는 것이다.

▲ 여성환경연대와 발암물질국민행동은 김민기·우원식 의원과 함께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초등학교 교육시설과 학습교구의 환경호르몬 실태 조사하고 그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사진 제공=발암물질국민행동>

교실에서 사용 중인 학습교구의 경우, 프탈레이트는 커팅매트에서 기준치의 최대 151배, 학예회용 탈에서도 최대 18배 넘게 검출됐다. 수납용 미니상자에서 2.8배, 계주 바톤에서는 최대 8.7배, 미니축구공에서도 16.7배 넘는 납이 검출됐다.

납, 카드뮴, 프탈레이트 등의 유해물질 농도에 따라 유해성을 평가한 결과, 교구 중 안전한 제품이 26%에 불과했고, 68%가 위험, 6%가 주의 수준이었다.

납은 신경독성 물질로 어린이의 지능지수를 떨어뜨리고 ADHD와의 관련성이 있다.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 교란물질, 생식독성 물질로 불임과 유산의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생리학적 기능이 발달단계에 있는 어린이에게는 유해물질의 노출량이 적더라도 체내 흡수량은 많아질 수 있다. 피부 접촉을 통한 흡수율은 성인과 비교할 때 신생아의 경우 3배, 어린이는 2배에 이른다.

4개 초등학교의 체육관 내장재와 먼지에서도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초과 검출됐다.

초등학교의 교육시설과 학습교구는 환경보건법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적용대상으로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교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하지만 제도의 미비한 점과 관리주체의 인식 부족으로 우리 아이들이 유해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다.

김민기 의원은 "학교에서 사용 중인 체육·학습교구가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이 확인됐다"며 "26일부터 열리는 국정감사에서 학교 유해 물질의 문제를 점검하고 조속한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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