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장품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ODM업체들의 매출액 성장률...라벨에 제조업자 표기 갈등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한국화장품 업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200여 개 ODM업체 중 상위권 기업들의 행태를 둘러싼 갈등이다.

증권가, ODM업체에 낙관적 전망 쏟아내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골드러시가 한창 일 때 돈을 번 사람은 누구였을까? 금맥을 발견한 행운의 광산업자는 극소수이고 정작 마차 바퀴 업자와 청바지판매업자였다는 게 정설이다.

그렇다면 한국 화장품의 중국 대박 코스메틱 러시에 가장 많은 수혜를 입은 기업은 어디일까?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로드숍 3인방? 마스크팩의 메디힐?

아니다. ODM업체다.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지는 가성비에 미래 판로 개척까지 무임승차한 ODM 업체들이 최고의 수혜자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화장품 PB 제품 런칭 가속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ODM업체인 것은 자명하다. ODM의 장점은 성장 채널 변화에도 매출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화장품 시장 성장 대비 한국콜마나 코스맥스의 국내 화장품 매출액 성장률이 항상 상회 했던 것이 그 반증이다. 원브랜드숍에서부터 유통 PB까지 성장하는 유통채널에 맞추어 ODM 업체의 고객군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증권가 보고서들도 유통업체들의 실적 우려와 비교해, ODM업체에 대해서는 연일 낙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내수 부진과 피말리는 중국 시장 경쟁

사드 배치 발표로 촉발된 중국 보복 우려에 책임 유통업체들의 긴장은 최고조다. 내수 부진에 유커 동향에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하지만 ODM업체들은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는 증권가 보고서를 보면서 이들 업체들에게 보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빅2조차도 내년도 계획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다. 하지만 ODM업체는 다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법 개정안 중에는 업종 분류를 현행 화장품 제조업과 제조판매업에서 제조업과 책임유통관리업, 전문판매업으로 변경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기에 ODM업체들과 책임유통관리업체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즉 ODM업체들은 라벨에 제조업자 명기를 주장 관철시킨 바 있는데, 이를 이번 개정안에도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

하지만 책임유통관리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라벨에 표시된 제조업체가 성공 브랜드를 등에 업고 포뮬라 장사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한 R&D에 투자를 해야 할 때에 미투(ME TOO) 범람을 야기하는 ODM업체들의 행태에 부글부글 속을 삭히고 있는 것이다.

ODM업체들의 중국 시장 무임승차·안전 영업·지적재산권 남용·행정처분 책임 회피 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기에 제조·판매 정지, 회수조치 등의 식약처 행정처분을 받은 책임유통업체들은 책임 소재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모든 불이익을 당하는 처지여서 ODM업체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다. 올해 빅2와 한국콜마의 행정처분 회수 명령을 둘러싼 갈등도 다름아니다. 이 때문에 빅2는 자체생산 비율을 높이도록 제조라인의 방향 선회를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9월 한 달 행정처분 중 제조, 판매정지를 받은 게 12건. 그중 ODM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은 업체는 6건이다. 행정처분 불이익은 일단 책임유통업체가 받고, 책임소재 여부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또는 PL법에 의해 제조상의 문제는 당연히 ODM업체가 입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ODM업체를 통해 제품을 공급받고 유통하는 A기업 관계자는 "제조에 관여하지 않는 유통기업이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 타격이 심하다. ODM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한다손 치더라도 책임 유무 분쟁과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튼 행정처분은 브랜드에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게 됨으로써 책임유통업체들의 타격이 훨씬 커 보인다. ODM업체는 무풍지대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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