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업체들 왕홍의 전문성 및 기존 콘텐츠 파악해, 콘텐츠 제작 시도 해볼만

왕홍마케팅을 통해 활로를 뚫으려는 기업들의 마케팅이 활발하다. 왕홍 및 뷰티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제품 시연과 플랫폼 제공, e커머스 등 마케팅 인프라 구축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편집자>

①왕홍마케팅 불붙다 ②사례 연구 ③왕홍 마케팅의 인프라  ④약인가 독인가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지난 6일 서울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 2층에서 중국 왕홍 ‘소피아’(온라인 이름)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뷰티 방송을 실시했다. 생방송 애플리케이션인 워스다메이런(我時臺美人)을 실시간 방송하자, 10분만에 29만 3,000명이 접속했다. 소피아는 “오늘 내가 제품을 판매했다면 최소 30만명이 구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왕홍 6명은 중국에 진출 또는 진출 예정인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 앞에서 왕홍 마케팅을 설명했다. 행사를 주관한 씨앤아이는 왕홍 300명을 보유한 마케팅 회사다.

왕홍 마케팅이 국내 업체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왕홍은 이미 중국에선 연예인 못지 않게 많은 팬을 거느린 유명인사다. 주로 웨이보 등 SNS에서 활동한다. 중국에선 유튜브나 구글 등 해외 사이트들이 서비스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자체 사이트나 SNS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는 시나 웨이보, 웨이신, 텐센트QQ, 유쿠, 런런왕 등이 있다.

왕홍들은 메이크업·헤어·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며,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개성있는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팬들 역시 왕홍의 발언이나 그들이 추천하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중국 시장에서 이들 왕홍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왕홍 경제’란 용어가 등장했다. 중국의 시장조사업체 CBN 데이터가 발표한 ‘2016년 중국 전자상거래 왕홍 빅데이터 보고’에 따르면 올해 왕홍경제는 약 580억 위안(약 9조 8,8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영화 티켓 판매액인 440억 위안을 넘어서는 액수다.

글로벌 화장품사인 에스티로더 윌이럼 로더 회장은 “왕홍 마케팅이 TV광고보다도 더 영향력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왕홍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유명 브랜드들이 크게 늘고 있다. 미국의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인 메이블린 뉴욕은 왕홍 40명을 초청해 상하이에서 메이크업 시연회를 개최했다. 왕홍들이 메이크업 하는 모습을 여러 인터넷 동영상 채널을 통해 2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방송했다. 조회수가 523만회를 기록했다. 또한 방송 진행 중에 메이블린의 신상 립스틱이 1만 60개가 판매되어 142만 위안(약 2억 4,133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하우스도 메이크업 아티스트 겸 유튜버 포니(PONY)를 활용한 마케팅을 펼쳤다. 한국의 제1 왕홍이라고 불리는 포니는 중국 웨이보에 메이크업 콘텐츠를 담은 채널을 개설했고, 팔로워 수는 187만명을 웃돈다. 에뛰드하우스는 신제품 홍보를 포니와 함께 진행했는데, 단순 광고가 아닌 정보 제공성 간접 광고 효과를 얻었다.

또 뷰티 왕홍 10명을 초청해 4박 5일 동안 샴푸, 염색약 등 자사의 헤어케어 제품을 제공하고 자사 제품이 입점된 쇼핑몰, 면세점 등을 방문한 뒤 직접 SNS에 후기를 게시하도록 하는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과 수지가 함께하는 더 테라피 뷰티 콘서트’에 샤우헤이(小黑), 샤우주지에지에(小猪姐姐) 등 왕홍 5명을 초청해 중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화장품은 ‘구전효과’가 탁월한 품목 중 하나로, 시장에 넘쳐나는 제품들 속에서 친구 같은, 때로는 전문적인 조언을 제공하는 왕홍 마케팅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효율적인 마케팅을 위해 왕홍의 전문성, 기존 콘텐츠의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며 “기업이 왕홍과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필요 있다”고 지적했다.

왕홍 경제의 수익 모델은 4가지다. 첫째가 팬들로부터 팁이나 가상선물을 받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들은 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구독자들은 전자결재 시스템을 통해 1위안(185원)에서 최대 256위안까지 왕홍에게 팁을 줄 수 있다. 보통 조회수가 10만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왕홍들의 수입은 꽤 짭짤한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유명 브랜드와 협력해 게시물이나 비디오 속에 광고를 끼워넣거나 하이퍼링크를 거는 식으로 광고비를 받는다. 샤넬, 프라다 등의 명품 브랜드들도 왕홍과 협력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팬들은 어려운 내용의 잡지보다 왕홍들을 더 신뢰한다.

셋째가 출연료나 행사 참가비를 받는 것이다. 왕홍은 신제품 발매나 업체 이벤트, 기념식 등에 초청되어 활동하고 있다. 넷째가 온라인 쇼핑몰 운영 수익이다. 타오바오 통계에 의하면 2015년 타오바오 여성복 상위 10개 중 5개가 왕홍이 운영하는 상점이었다. 모바일 타오바오의 대표인 원중은 “왕홍은 따로 광고나 할인 행사를 하지 않는 대신 손님들을 팬으로 만들고, 적극 소통함으로써 고객에게 가치있는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왕홍마케팅 회사인 씨앤아이는 국내 화장품 업계가 사드로 인한 중국 보복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왕홍마케팅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하고 있다. 아무튼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 왕홍이 등장하는 콘텐츠 제작 및 활용 마케팅이 당분간 붐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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