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상술에 30%대 중반 이하 가격, 생산기지로 전락...한국화장품의 2020년 위기는 벌써 시작됐다!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동북 4성 비하에, 가격은 엉망, 해관의 단속은 왜 그리 세졌는지, 커튼치기 한번 잘못했다 4억 손해 봤다. 앞으로 쪽박차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소기업 화장품 OEM 비즈니스맨의 애환이다. “인공기를 단 중국 어선 나포 소식에 ‘심쿵’ 했다”는 그는 뉴스 보기 겁난다고 했다. 사드배치 발표 이후 중국 어선의 해경 단속함정 침몰, 미사일 발사, 요우커 방한 감소 등 사안이 생길 때마다 조바심이 난다는 것. 최근에는 “6중전을 앞두고, 중국에서 김영란법을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고 기자에게 전한다. 시진핑 주석이 ‘사드 강력 반대’라는 기조를 유지하는 한 이런 상황은 지속될 것이지만, 한편으론 한국인의 자존심도 꿈틀거린다.

정치는 비즈니스에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인들의 상술에 휘둘리는 한국 화장품의 현주소가 걱정스럽다.

“올해 항저우에 오픈하는 플래그숍은 잘 돼야 할 텐데….” 당장의 비즈니스에 목매다는 중소기업 화장품 맨의 말은 중소 한국화장품 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한국 화장품은 이미 중국에선 동북 4성 제품으로 취급받는다. 화장품 선진국에서, 동북 4성의 생산기지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물량이 크고, 엄청난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 상인들과의 비즈니스 상담에서 ‘가격선이 무너지는 고민’이 제일 크다고 그는 토로한다.

중국시장을 누빈 지 10여 년 동안, 선진국 세일즈맨에서 동쪽의 조그만 나라 화장품 상인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한국 인구 5,000만 명은 중국의 일개 성 규모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사우스코리아를 ‘동북 4성’이라 부른다.

가격은 이미 30%대 중반 아래로 추락했다. 한국 기업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지만, ‘간’을 보는 중국 상인들의 상술에 마음이 허물어진다. “A업체는 몇 %, B는 얼마에 덤도 준다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지킬 건 지켜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내수는 꽉 막혀 있어서, 중국마저 놓치면, 생존에 문제가 생기니 어쩔 수 없는 심정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상인들은 일단 대기업 제품은 오케이다. 가격이 다소 세도 하자나 불만 처리에 잘 응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에겐 무리한 조건을 달기 일쑤다.

게다가 웬만큼 자신이 생기면 한국 업체를 인수하려고 덤벼든다. 한국 기업들 여럿을 상대하다보니 노하우는 물론, 약점까지 들춰내며 깎자고 덤빈다는 것이다.

한국 화장품이 당장 호황을 누리지만 몇 년 못갈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이다. 중국 상인들의 상술은 이미 한국 화장품을 따라잡은 것은 물론, 자기네들 규칙을 따를 것을 강요하는 수준까지 왔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그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브랜드는 당장 손해가 막심해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있다. 김영란법이 부정부패의 소지를 없애자는 취지처럼, 글로벌 브랜드들은 품질과 가격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을 견지한다. 중국 상인들의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화장품의 허실을 이미 중국 업체가 다 알아버렸다. 기술도 원료도 어느 것 하나 한국만의 것이 없다는 것을…”이라며, 말을 흐렸다.

동북 4성의 생산기지로 변해가는 한국 화장품업계의 현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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