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7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정부, 피해자 대상으로 종합적 건강영향조사 실시해야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를 사용한 사람 가운데 65%에서 피부 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병원 의원(환경노동위원회·더불어민주당), 코웨이피해자소송모임, 환경독성보건학회, 한국소비자연맹, 환경정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니켈 검출 정수기로 인한 건강 피해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정수기 사용자 총 88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강병원 의원, 코웨이피해자소송모임, 환경독성보건학회, 한국소비자연맹, 환경정의,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덕용 기자>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5.14%가 정수기 사용 이후 새로운 피부 질환이 발생했거나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45~75%에서 기존의 여러 피부 질환이 악화됐다. 새롭게 피부 질환이 발생한 비율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서, 성인에 비해 15세 미만 소아에서 더 높았다. 특히 15세 미만 소아의 피부질환 발생률은 78.5%로 성인의 발생률 62%보다 높았다. 이는 기존 정부에서의 소아와 성인에서의 피부질환 발생 위험은 차이가 없다는 발표와 다른 결과이다.

발생한 피부 질환의 87.27%가 가려운 증상을 경험했고, 그 외에 피부가 붉어지는 증상, 각질을 동반한 피부 건저, 두드러기, 뾰루지 및 여드름이 응답자들이 주로 호소했다. 이는 알레르기성 피부염의 증상으로 기존에 알려진 바와 일치하는 증상들이다.

피부 증상의 심각한 정도를 0에서 100까지 점수로 나타냈을 때 정수기 사용 당시의 피부 증상의 심각도는 평균 69.77점이 확인됐으며, 정수기 중단 이후 피부 증상의 심각한 정도는 평균 24.97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응답자들의 피부 증상은 니켈이 검출된 정수기를 사용하던 당시 시작되었거나 악화됐고, 대부분 중단 후 사라졌다.

또한, 물과 얼음의 사용 빈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피부 증상도 심해졌다. 정수기 사용과 비례해 니켈의 섭취량과 증상간의 관계가 있음이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이외에도 복통, 설사, 기침이나 숨이 차는 증상 등을 호소했으나, 적은 조사대상으로 인해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는 않았다.

임상혁 발암물질국민행동 대표는 "니켈은 접촉성 피부염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피부 노출뿐만 아니라 섭취에 의해서도 피부염을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외에도 만성 피로 증후군, 섬유 근육통, 신경계 증상 유발, 간과 신장에 독성을 미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의원은 "니켈 검출 정수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의 종합적인 건강영향조사를 해야 하며, 특히 소아의 건강영향에 대한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한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인하의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은 "후생염색체 분석, 대사체 분석을 통해 피해자를 가려내고, 건강피해 위험의 분석 연구를 정부가 발주해 진행해야 한다"며 "이 연구를 통해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치료와 건강관리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웨이 얼음정수기 피해자 1000여 명은 "코웨이가 정수기에서 중금속 도금이 벗겨져 나오는 것을 알고도 이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는 등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며 지난 8월 19일 28억여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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