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중국 매출 폭발 성장 이유는 '철저한 현지화' 성공 탓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빅2의 중국 시장 진출은 같은 듯, 다르다. 아모레퍼시픽은 장기적으로 철저한 준비를 거쳐 브랜드 다각화를 통한 유통채널 구축 등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은 타깃층을 매스와 프레스티지로 구분한 브랜드 차별화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이 중국 화장품 소비자들의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 글로벌 브랜드는 53%, 로컬은 19%였다. 이는 원산지를 중요시한다는 것으로, 국가와 브랜드 이미지가 제품 신뢰도에 반영된다는 얘기다. 미용잡지 타틀러(TATLER)가 선정한 ‘2015 중국 10대 스킨케어 수입 브랜드 순위’에는 1위 로레알, 2위 이니스프리가 당당히 올라있다.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장기적으로 지속성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제무역센터(ITC)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수입국은 프랑스에 이어 한국이 2위다. 또 화장품 전문 포털 ‘360화장품망’에 의하면 전체 화장품 소비자의 65%를 차지하는 2030 여성의 68%가 한국화장품의 품질에 만족하며, 이중 86%는 재구매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듯 중국 여성들을 사로잡은 한국의 대표 기업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다. 이들 국내 빅2의 중국 진출 전략은 여러모로 비교된다. 두 기업 모두 1990년대 초반에 ‘현지화’를 선도했다.
아모레퍼시픽: 철저한 준비와 촘촘한 브랜드 포지셔닝
아모레퍼시픽은 1992년에 중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당시 창업주 서성환 회장은 ‘상하이로 가자’는 주변의 반대에도, 변방인 선양에 현지공장을 세우는 결단을 내렸다. 서 회장은 “중국은 넓고 시장은 매년 커질 것임으로, 중국 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로 진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중국은 수출보다는 현지 공장 건설만으로, 진출이 허용되던 시기였다. 시장조사와 판로개척 등 갖은 고생 끝에 아모레퍼시픽은 1994년에 비로소 선양 공장을 준공했고, 아모레 미로 기초라인 생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7년 라네즈를 론칭했다. 중국 시장의 본격 진출은 2002년 상하이 공장 건설을 계기로 이뤄졌다.
아모레는 지역에 따라 구심점이 되는 브랜드로 승부수를 띄우는 전략을 적중시켰다.
라네즈는 중국 상하이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선호 제품과 시장조사를 거쳐, 프리미엄백화점을 채널로 정했다. 시판 넉 달 전 홍콩에서 제품의 경쟁력을 시험한 후에야 비로소 중국 심장부 상하이에 론칭했다. 서성환 회장의 ‘돌다리도 두드리는’ 준비성이 적용됐다.
마몽드는 중국의 시안 백화점에서 출발했다.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세그먼트 전략을 펼쳤다.
이니스프리는 ‘자연주의 화장품’을 콘셉트로 2030여성을 타깃으로, 현지 매장과 SNS의 웨이보를 활용했다. 에뛰드는 ‘신세대를 위한 메이크업 브랜드’를 표방했다. 중국 진출을 위해서 먼저 동남아시를 우회하는 전략을 폈다. 태국, 대만, 싱가포르, 일본을 거쳐 2013년에야 상하이 매장을 오픈했다.
이렇듯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철저한 준비와, 타깃 세그먼트를 브랜드별로 명확히 했다.
LG생활건강: 특정 타깃 대상의 프리미엄 시장 진출
반면 LG생활건강은 1994년 항주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중국에 첫 발을 내디뎠다. 현지 생산 브랜드인 헤르시나·미네르바 등은 매스 시장에서, 오휘·숨 등의 수출 브랜드는 프레스티지 시장을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이다. 브랜드 포지셔닝을 명확히 하는 전략이다.
2010년 더페이스샵의 인수는 기존 색조, 한방, 남성 등의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리뉴얼 계기가 되었다. 더페이스샵은 중국의 넓은 지역을 효과적으로 커버하기 위해 해외 법인과 2개의 총판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켰다. 오프라인은 백화점과 브랜드샵 채널을 주력으로 하고, 전문점을 서브 채널로 운영했다. 2011년에는 더페이스샵 수출의 28%를 중국에서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에서 '후'는 왕후 콘셉트와 우수한 품질력, 중국인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바탕으로 프레스티지 브랜드로 명성이 높다. 2014년도에는 전년에 비해 매출이 201% 신장,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금도 후는 고객의 동경을 불러일으키는 차별화된 VVIP마케팅으로 최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발효과학을 화장품에 접목시킨 '숨37도'는 면세점에서의 인기가 중국 현지로 이어져, 럭셔리브랜드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렇듯 LG생활건강은 타깃형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브랜드는 이니스프리와 라네즈로 알려져 있다. 또 미백과 보습기능이 있는 스킨케어 제품 인기가 높다. 한국 브랜드 선호 이유는 제품 자체의 기능과 품질도 있지만 한류 영향도 크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손성민 연구원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빅2의 중국진출 전략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며, "중소 브랜드들도 첫째, 한류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둘째 브랜드 자체 이미지를 확고히 구축해야 하며, 셋째 홍보 마케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은 화장하는 소비자가 1억명을 넘어 연 10%대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미개척, 미답의 시장인 것이다. 일찍부터 중국에 진출해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국내 빅2의 중국 현지화 전략은 중소 브랜드에게 시사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