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 확정 발표…전문가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막기에 미흡"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가습기살균제와 같이 소량으로도 인체에 위해할 수 있는 살생물제는 앞으로 살생물제 관리법(2019년 시행 목표)을 통해 관리를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정거래위원회, 국무조정실 등 7개 부처 합동으로 국무회의를 열고 '생활화학제품 안전관리 대책'을 29일 확정·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승인받은 살생물질만 사용 △신규 물질의 경우 정부의 평가 승인 △허가 제한물질 1,300여종 확대 △제품안전협의회에서 소관부처 신속 결정 △유통 중인 생활화학제품 내년 6월까지 위해성 조사 평가 △2019년까지 유해성 물질 조사, 관리 등이다.

전문가들 "기업 규제 내용 빠져…화학물질 위험·영향 감시 체계 전혀 없어"

하지만 환경보건학, 독성학 등 관련 분야 전문가와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번 정부의 대책이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기에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기업의 역할 강화라고 하면서 제시된 내용은 자발적인 전 성분 공개를 한다는 것 이외에 없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중대 재해 처벌, 제조물책임법 강화 등 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이 빠져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신규 스프레이 제품은 호흡독성 안전자료 제출을 의무화하고 심사해 판매 허가 여부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며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판매량 많고 어린이, 여성 등이 사용하는 제품 등을 우선적으로 1~2년 이내에, 나머지는 3~5년 이내에 안전심사를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통신대 박동욱 교수(환경보건학과)는 "화학물질 위험관리는 정보등록, 위험평가, 위험관리, 건강영향·사고감시 등이 기본 과정인데 이번 대책에는 정보 등록에만 머물러 있고 위험·영향 감시 체계는 전혀 없다"며 보완을 촉구했다.

이종현 박사(환경독성학)는 "살생물질 관리에서 이미 유통중인 물질에 대한 유예기간 10년 부여는 너무 길다. EU도 10년 유예기간을 두고 14년으로 연장했지만 EU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경험하지 않았다"며 "살생물질 유통물질의 양과 사용 정도 등에 따라 5년 이내에 안전성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암성, 돌연변이성 등 고위험물질의 제품 내 사용 제한 강화 

정부가 밝힌 대책에 따르면 살생물질은 신규물질의 경우 안전성·효능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평가·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미 유통 중인 물질은 정부에 신고 후 승인 유예기간 최대 10년을 부여받고 해당기간 내 평가자료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살생물제품은 승인받은 살생물질만을 사용해야 한다. 제품의 안전성·효능, 표시사항 등의 자료를 제출해 정부의 평가, 허가를 받은 후에 시장 출시가 가능하다. 무독성, 친환경 등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광고문구가 금지된다.

발암성, 돌연변이성 등 고위험물질의 제품 내 사용 제한도 크게 강화된다. 고위험물질의 제품 사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상의 허가·제한·금지물질을 72종에서 1,300여 종으로 확대한다. 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 시 위해성 평가, 사회경제성 분석 등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고위험물질 함유제품의 제조‧수입자는 제품의 함유 성분‧함량 등을 신고해야 하며, 정부는 위해성을 평가해 필요 시 허가‧제한‧금지물질로 지정하게 된다.

식약처, 화장품·의약외품·위생용품 담당…환경부, 살생물제 등 관리

또한, 정부는 제품의 용도와 함유물질의 특성, 부처별 전문성 등을 고려해 소관 부처를 정비한다. 인체·식품에 직접 적용되는 제품(화장품, 의약외품, 위생용품 등)은 식약처, 살생물제와 물질 유출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환경부, 유출가능성이 낮은 제품은 산업부가 관리하게 된다. 이에따라 그동안 법적 비관리대상이었던 흑채, 제모왁스, 휴대용 산소캔 등은 식약처가 담당하고, 비누방울액, 칫솔살균제 등은 환경부가 관리한다. 새로운 형태의 제품은 제품안전협의회에서 소관부처를 신속히 결정하게 된다.

시장 유통 모든 생활화학제품 조사…위해도 높으면 즉각 퇴출

이와 함께, 정부는 시장에 유통중인 생활화학제품을 내년 6월까지 일제히 조사해 위해성 평가를 추진한다. 조사 대상은 화평법 상의 위해우려제품 15종을 비롯해 공산품 중 화학물질 유출 가능성이 큰 습기제거제, 부동액, 워셔액, 양초 등과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품목 중 위해가 우려되는 제품 등이다. 조사결과 위해도가 높은 제품은 즉각 퇴출 조치하고, 제품목록·위해여부 등을 공개된다. 스프레이형, 대량 유통제품을 중심으로 제품 안전성을 조사해 안전·표시기준 위반제품은 시장에서 퇴출하고, 화장품과 의약외품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아울러, 정부는 2019년까지 국제기구, 외국기관 등에서 공개한 기존 화학물질의 유해성 정보를 일제히 조사해 유해성이 높은 물질을 관리한다. 제조·수입량이 연 1톤 이상인 기존화학물질(7,000여종)에 대해서는 해당 물질의 제조·수입자가 유해성 정보 등을 등록하는 법정 기한이 설정된다. 고위험물질부터 단계적으로 이행해 2030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위반사업자 처벌 강화·자발적 안전관리 협약 추진

위반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다. 정부의 생활화학제품 관리 기능과 전문성도 보강된다. 사업자가 제품의 위해성‧결함 발견 시 보고가 의무화되며, 과태료‧과징금 등 처벌규정을 강화해 반복위반이나 불량제품 유통을 근절한다. 정부의 제품 관련 위해성 평가‧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제품 내 유해물질로 인한 사고 예방‧대응 강화를 위해 한국환경기술원 내 '생활화학제품 안전센터'도 운영한다.

생활화학제품 기업의 책임성도 커진다. 위해우려제품의 전성분 제출을 의무화하고, 제품 포장에 유해성 표시를 세분화(위험/경고/주의), 구체화(부식성/눈자극성 등)하도록 추진한다. 생활화학제품 제조·수입업체와 자발적 안전관리 협약을 체결해 전성분 공개, 제품 성분과 소비자 피해사례 모니터링 강화, 엄격한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한다.

자발적 협약에는 현재 애경산업, LG생활건강, CJ라이온, 유한크로락스, 한국피죤, 한국P&G 등 다수 기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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