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중국 정부 보복조치 화장품에도 영향...'대한민국 화장품'의 자부심도 무너져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중국 정부의 사드 배치 관련 보복 조치가 화장품업계를 강타했다. 유통업체 C사의 K대표는 1일, 중국 왕홍과의 통화에서 “유명 왕홍들은 한국 화장품을 다루지 않을 것”이란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한령(限韓令)으로 TV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한류 차단에 나서고 있어, 구독자가 많은 왕홍들은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중국 공안이 동원되어 파헤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강요’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유명 왕홍들 한국 화장품 소개 않을 것

또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소식에 중국 내 롯데백화점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 안전점검을 받았다는 소식이 남 일 같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꽌시를 중시하는 중국 유통상들이 ‘한국은 배신자 국가라며, 지금까지 먹여 살려줬는데 한국이 중국의 뒤통수를 쳤다’는 말을 공공연히 한다”고 전했다.

K대표는 “최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도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나 여론의 의견 수렴 없이 국방부가 일방적으로 추진, 오히려 중국 정부의 반발을 불러오는 악수를 둔 게 아니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외교와 안보는 정부의 몫이지만, “중국 정부의 ‘한한령’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는 정부가 실망스럽다. 수출로 먹고사는 중소 기업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이틀 전 항저우에서 귀국한 유통기업 B대표는 무척 속상해했다. 만나는 중국 사람들마다 “대한민국이 그게 나라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했기 때문. 그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수출 기업이라는 자부심이 무너진 여정이었다”며, “한일 군사정보보호 협정은 왜 맺은 것인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라며, "국민들도 이해 못하는 일을 혼란한 정국을 틈타 재빨리 해치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B대표는 “한국 화장품이 우수한 품질과 서비스로 중국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땀을 흘렸는데, 무시당하면서 화장품을 팔아야 하는지 창피스럽다”고까지 했다.

로컬브랜드 한국화장품 추월 직전 수준까지 치고 올라와

한편 중국 현지 화장품 시장에 대해, K대표는 “앞으로 1~2년 내가 한국 화장품의 매출 성장 한계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로컬브랜드들의 기술력이 코앞 수준까지 올라왔고, 관련 연구원과 마케팅 전문가들을 대거 스카웃해 추월 직전까지 온 상태라는 것. 또 대규모 자본을 동원해 한국 내 화장품 공장을 인수하는 등 생산기지 또는 하청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많은 국내기업들은 메디힐처럼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신화를 자신들도 쓰고 싶어 한다. 수십 년간의 땀과 노력을 중국 시장에서 보상받기를 원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K대표는 “중국 시장은 바링허우와 주링허우 등 2030 연령층이 주도하고 있다. 그들은 개성을 중시해 명품보다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 제품, 튀는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신뢰할만한 유통상과 독점 공급을 맺어 메리트를 주고, 철저한 시장조사로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고 조언했다.

B대표는 “중국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은 가격대가 무너지고, 중국 유통상들의 수량 떼기에 이익내기가 쉽지 않은데, 사드 배치 보복으로 설 곳이 없어지고 있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는 “중국 당국의 통제가 뻗치는 1, 2선급 도시 보다는 3, 4선급 도시를 겨냥해 새롭게 시장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고민 중이지만 비용과 시간이 문제”라고 말했다.

중국의 화장품 수입액의 3.3%에 불과한 10.1억 달러의 매출(올해 1~10월) 규모를 보더라도, 한국화장품의 중국 확대 여지는 많아 보인다.

갈수록 심해지는 로컬브랜드의 견제와 중국 정부의 무역장벽, ‘박근혜 정부의 악재'라는 3중고(重苦)에도 불구하고, 중소 기업인들의 매진을 기원하는 것은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수십 년간의 땀과 노력을 보상받아야 ‘살만한 나라’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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