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면세점, 유커 가이드 수수료 70% 요구 등 갑질에 화장품 업체에 가격 인하 요구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화장품 업계에 사후 면세점 경계령이 떨어졌다. 내년에 방한 유커들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대형 면세점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사후면세점 입지가 불안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사후면세점이란 외국인이 물건을 사고 출국할 경우 공항에서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를 돌려주는 면세 판매장이다. 27일 기재부는 내년부터 사후면세점을 이용하고 환급받는 시내환급창구 환급금액 기준을 1회 거래당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늘리는 조치를 발표했다. 사후면세점을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이 공항을 가지 않고도 더 많은 환급금을 시내환급창구에서 바로 환급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사정은 녹록지 않다.

대형면세점 방문 나머지 유커로 '나눠먹기' 경쟁 치열

올해 6월 기준 사후면세점 수는 1만 3,982개로 지난 2012년 3,296개에 비해 4.2배나 증가했다. 폭증한 사후면세점끼리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내년 전망도 어둡다보니 문 닫는 사후면세점이 속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내일 6개월간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해 물건 빼러 갑니다.” 화장품 브랜드 M사의 L팀장은 거래선인 사후면세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6개월 밀린 대금을 받기는커녕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서 제품 수거에 나선 것이다. 대부분의 사후면세점들의 주 품목이 화장품과 건강식품이기 때문에 화장품 업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사후면세점 전쟁의 관건은 유커가 쥐고 있다. 유커는 올해 7월 91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관광객 중 유커의 비중도 53.9%로 역시 최대였다. 올해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34%가 늘어 800만 명을 넘어섰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유커들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별 관광객 즉 ‘싼커족’이 증가하면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사드 변수로 유커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유커를 사이에 놓고 올해 추가로 면세점 3곳이 늘어나, 서울에만 면세점이 13개나 됐다. 사후면세점 입장에선 대형면세점들에게 유커를 추가로 빼앗기게 됐다. 나머지 유커를 놓고 사후면세점끼리 ‘나눠먹기’가 불가피해지면서, 유커들의 발을 붙잡기 위한 무리수도 등장하고 있다.

가이드 수수료 때문에 화장품 업체에 가격 인하 압력

문제는 유커를 모아서 보내는 중국 대형 여행사들의 ‘갑질’이다. 유커에 목매달고 있는 사후면세점을 압박해 ‘여행객을 모아줄 테니 상품 가격을 낮추고 가이드 수수료를 달라“는 요구다. 문제는 수수료를 70%까지 올려달라는 과도한 요구에도 사후면세점에서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실정. 그렇다보니 사후면세점은 화장품 업체에 납품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품 업체로서는 유통채널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당연히 사용 재료나 품질 등이 떨어지게 된다.

K팀장은 “사후면세점이 여행사에 가이드 수수료를 주고서라도 환급금으로 이익을 냈는데, 이젠 30% 내에서 임대료, 인건비 등 제반 경비를 충당해야 돼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고 전했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점차 문 닫는 사후면세점이 생길 것”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화장품 업체 입장에서도 선별적으로 사후면세점과의 거래를 정리해야 할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

내년에는 한한령이 심화되고, 유커 감축 지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사후면세점의 ‘큰 손’으로 꼽히는 유커들이 줄어들 것이어서, 사후면세점과 거래하는 화장품 업체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또 집단 모객에서 싼커(散客)로 여행 스타일이 변화하는 시점이어서, 사후면세점을 찾는 유커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지금도 '제 살 깍아 먹기' 경쟁인데, 내년에는 상황이 더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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