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 르포 보고서…스페인 주요 언론도 '한국 화장품 열풍' 다뤄
[뷰티경제=이덕용 기자] 스페인 여성들이 최근 들어 K-뷰티와 한국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BB크림, 마스크팩, 전문팩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스페인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을 참신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스페인 진출은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유럽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코트라 마드리드무역관 이성학 담당은 최근 르포 보고서에서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을 취급 중인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제품을 찾는 스페인 소비자들이 우수한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매료됐다고 입을 모았다"며 "이들은 한국산 BB크림, 기능성 마스크팩, 수분크림 등을 가장 많이 찾았다"고 전했다.
한국 화장품의 스페인 시장 진출 기대 이상의 성과
한국 화장품의 스페인 시장 진출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SKIN79가 지난 2012년에 마드리드에 단독 매장을 오픈을 시작으로 미샤가 지난해 바르셀로나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또한, 스페인에 약 131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포라가 올해부터 한국 화장품 코너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스킨푸드, 토니모리, 닥터자르트 등 국내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전국에 71개의 매장을 보유한 프리모르도 국내 브랜드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팩 전문 브랜드 코코스타의 핸드팩, 풋백, 마스크팩 등이 엘꼬르떼잉글레스(El Corte Ingles)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소도시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사업자가 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현지 언론, 한국 화장품의 열풍·강점 분석
이에 따라 스페인 주요 언론도 앞다투어 한국 화장품을 다루고 있다. 일간지 엘문도(El Mundo)는 한국 화장품의 강점을 △ 가격 대비 우수한 효과, △ 혁신적인 아이디어, △ 참신한 디자인, △ 우수한 품질, △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이룬 경험 등을 손꼽았다. 또 다른 일간지 엘파이스(El Pais)는 '한국 화장품의 새로운 열풍'이라는 기사에서 창의적인 패키지 디자인, 천연원료, 합리적인 가격 등을 인기 비결로 지목했다.
SNS상에서도 한국 화장품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늘고 있다. 스페인 젊은 여성들은 유명 블로거나 유튜버의 리뷰·후기를 통해 한국 화장품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약 40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스페인 뷰티 유튜버는 최근 '한국 화장품 특집' 영상을 올려 11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스페인 시장 진출, 이제 시작…인증, 까다롭고 오래 걸려
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스페인 소비자들이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희소식이지만 축배를 들기엔 아직 이르다고 한다.
이성학 담당은 "냉정히 말해 한국 화장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아직 소수의 얼리어답터에 불과하다"며 "아직 한국 화장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가진 소비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백화점에 진출한 코코스타 안종진 부사장은 "제품 용기부터 화장품 원료 하나하나 유럽 기준에 부합해야 하므로 이를 인증하기 위해서는 관련 서류가 많게는 100여 개 이상이 필요할 만큼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롭다"며 "2년 전 유럽에 수출할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제품 인증이 안돼 결국 포기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제품 인증부터 꼼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이 유럽시장 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화장품은 우수제조품질(GMP)에 맞춰 ISO22716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인증을 받기까지 6개월에서 1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인증을 받은 업체는 출시 전 해당 제품을 유럽 화장품 신고포털(CPNP)에 등록해야 한다. 제품 등록 이후에도 당국서 허가 승인을 받는데 3~4개월이 걸린다.
파트너와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브랜드 신뢰 구축 나서야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 기업이 화장품을 단순히 수출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현지 유통 파트너와 함께 적극 마케팅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이성학 담당은 강조했다. 화장품은 제품 그 자체를 판매한다기보다는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이미지를 판매한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페인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개발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페인에서 한국 화장품은 이제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더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도 있고, 반대로 인기가 시들어져 비주류에 머물 수도 있다.
이성학 담당은 이에 대해 "1990년대에 한국 홍삼이 스페인 시장에서 반짝 인기를 누린 적이 있으나, 현재는 건강식품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며 "극도로 보수적인 유럽 화장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지 좋은 제품을 넘어서, 현지 소비자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거듭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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