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놓고 한국기업끼리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자제해야...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사드 보복 우려와 비관세 장벽 강화, 위생허가 기준 강화, 중국 소비세 인하 등 중국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의 경우 중국 비중이 높다 보니, 눈치만 살필 뿐이다. 기업 혼자서 해결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은 업계 전체에 손해다. 국익도 따져야 한다.

이제라도 최근 5년 사이 무질서했던 유통질서와 중국 측의 가격 후려치기 등의 폐해를 바로잡을 시점이 됐다. 즉 국제무역 규범에 따른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와야 할 시점이 됐다는 말이다.

2017년, 한국 화장품 산업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 할 것이냐 동북 4성의 생산기지로 전락할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다.

K 대표는 중국에 갈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거래처와의 계약 성사 단계마다 끼어드는 경쟁업체 때문이다. 합의한 내용보다 더 싼 가격과 조건을 내미니, 거래처가 망설이기 일쑤라는 것. 그나마 물량 떼기여서,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거래처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이런 경험은 기자가 만난 유통상들은 한 번씩은 겪었다고 얘기할 정도로 보편화한 현상이다. 왜 그럴까? 물어보면 △치열한 경쟁 △한탕주의 △나만 살면 된다는 소아병적 기질 △글로벌 거래 원칙의 미준수 △한국식 덤핑 등 다양했다.

이렇다 보니 결론적으로 중국 현지 유통사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가져오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나온다. 그 결과는 이미 시장 전체에 퍼져있다. 한국산 화장품으로 덩치를 키운 중국 업체들이 되레 한국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것이다.

3년 동안 러시아 수출에 공을 들인 P업체 관계자는 깜짝 놀랐다. 러시아, 특히 연해주에서는 한국 화장품을 부산의 러시아인들을 통해 수입하는데, 최근에는 연변으로 채널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것. 지리적 이점도 있어서, 굳이 한국에서 사 올 필요를 못 느낀다는 현지 업체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연변의 중국 업체에서 한국 화장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러시아에도 판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업체들의 유통질서가 흐트러지고, 가격이 무너졌다는 방증이다.

유통질서보다 더한 피해가 가격 훼손이다. 한국 업체들이 깎기 경쟁으로 가격대가 무너져, 업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C 대표는 “중국 상인들에게 한국 화장품 기업은 봉이다. 부르는 가격을 20-30% 깎고 나서 협상에 나선다”며, “실제 일반 화장품은 30% 이하, 기초는 18%로 공급가가 정해지며, 마스크팩은 0.5% 떼기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 과정은 대충 이렇다. 중국 측이 한국 업체의 간을 보는 식으로 여기저기 견적을 넣고 저울질한다. 이에 대해 한·중 에이전시 S대표는 “한국 업체들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자기의 조건을 다 얘기한다. 그리고 정직하게 거래하고 있다고 과시한다. 나 같은 거래처는 찾아보기 힘드니 당장 계약하자고 서두른다. 처음부터 패를 술술 다 보여주니, 중국 업체는 잘 듣기만 하면 된다”며 한국 기업들의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 다음 중국 업체는 연락을 뚝 끊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한국 업체는 “나한테 문제가 있나? 잘못 말한 게 있나?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는데, 왜 그러지?” 등등 애만 끓는다. 한국 기업이 이제나저제나 연락 기다리다가 끌탕을 치고 포기할 즈음, 갑자기 중국 업체에서 연락이 온다. “상담하고 싶다”고.

중국 업체들은 보통 4~6개월 후에 알아볼 것은 다 알아보고, 그런 다음 맞춤한 업체에 연락 하는 것이다. 그러면 쏜살같이 중국으로 건너가 상담을 벌이는데, 그전 조건보다 더 양보하지 않으면 절대 계약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국 시장을 놓고 한국 기업끼리의 제 살 깎기 경쟁은 실익이 없다. 유통과 가격 질서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愚)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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