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아세안 7개국 화장품 수출 31% 성장...6억 2천만명의 매력적인 시장, 하나의 권역으로 접근 필요

[뷰티경제=권태흥 기자] 화장품 기업들의 아세안 시장으로의 진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배치 관련 보복 우려가 현실화, 본격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포스트 차이나’로 동남아시아를 겨냥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유통 브랜드 L의 K팀장은 “사드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태국·베트남 등으로 현지 유통사들과 접촉 중”이라며, “다행히 한국 화장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올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대 중국 수출액이 역신장해, 불과 1년 전인 2015년 11월 대 중국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던 때와는 대조적”이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꽃길만 걷던 한국 화장품 산업 발전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화장품 산업이 중국발 위기 대응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말했다.

수출 10대국에 아세안 4개국 차지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의 국가별 수출 실적을 보면 중화권(중국, 홍콩)이 67.3%를 차지, 심각한 편중 현상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업계에서도 수출 다변화를 새해 목표로 설정,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그 과정에서 ‘포스트 차이나’로 부각된 지역이 ‘아세안’, 동남아시아였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의 2016년 국가별 수출 실적을 보면 중국이 15억 7,027만 달러로 1위, 홍콩이 12억 4,825만 달러로 2위였다. 홍콩 수출이 전년도에 비해 81.64% 대폭 증가한 것은 중국의 비관세 장벽을 피해 우회 수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내용은 상위 10개국 중 동남아시아 4개국이 6~9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태국(6위), 싱가포르(7위), 베트남(8위), 말레이시아(9위)였다. 그 뒤를 이어 필리핀(13위), 인도네시아(17위), 미얀마(18위) 등이었다. 이들 7개국의 총 수출액은 3억 9,507만 달러였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전년도와 비교한 2016년의 증감률이다. 태국(26.87%), 싱가포르(42.82%), 베트남(33.05%), 말레이시아(26.98%), 필리핀(73.69%), 인도네시아(15.03%), 미얀마(-0.87%) 등으로 신장세가 두드러졌다. 미얀마를 빼면 큰 폭으로 신장했다. 이들 7개국의 점유율을 합쳐도 전체 수출의 9%로 미국(3위, 8.3%)을 넘어선다.

태국, 싱가포르를 테스트 시장으로

아세안 국가의 인구를 따져봐도 총 6억 2천만명에 달하는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K뷰티의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해야 할 시장인 것이다.

손성민 연구원은 화장품 기업들에게 아세안은 개별 국가로 접근하지 말고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별, 제품별 특징에 따라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아세안은 지리적으로 여러 국가로 나뉘어져 있으나, 실제 문화·경제·사회의 교류에서 미치는 상호 영향이 지대하다”고 강조했다.

손 연구원은 “태국은 아세안 국가 진출의 첫 관문으로, 태국 소비자들은 세계 유수 브랜드 제품에 노출돼 매우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태국시장에서 성공하면 인접 국가인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고 조언했다.

마치 중국 시장 진출 전에 홍콩에서 반응을 미리 엿보고, 인도네시아·말레시아 시장에 노크하기 전 싱가포르에서 테스트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것.

그는 “동남아시아가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의 중심에 서 있던 적은 없었지만, 곧 그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2017년 한국 화장품 산업의 꽃길은 아세안에 깔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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