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성 공인회계사(삼덕회계법인 파트너)

지난해 말부터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가 특별검사 및 헌법재판소 심리로 막바지로 가고 있다. 검찰에서 특검으로 넘긴 수사대상도 대통령의 뇌물공여(또는 제3자 뇌물공여)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역시 뇌물공여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전망이다. 바로 그 ‘뇌물공여’ 입증이 핵심사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016년 합병(주식교환)과정에서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되었고, 국민연금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어 합병을 반대 해야 함에도 대통령(또는 최순실)에게 뇌물(특검에 따르면 재단 출연금과 승마지원 등 총 430억원)을 제공하고 국민연금에 합병을 찬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물론 두 회사 간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거래소 평균주가로 계산된 것이므로 적법하게 산정된 것이 맞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연금이 삼성 측에서 제시한 합병비율로 하면 합병 후에 손해가 예상된다고 이미 자체 분석했고, 국민연금은 반대할 권리(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거부권)와 의무(국민의 연금재산 보호)가 있다는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주식의 교환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빠른 날의 전일을 기준 최근 주가를 가중평균한 가액인 15만 9,249원과 5만 5,767원의 교환비율(1대 0.35)로 정했다.

그러나 이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의 실제 기업의 자산가치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었고,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최근 주가만 고려해 합병비율을 결정하게 되어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고등법원은 작년 5월 합병에 반대한 삼성물산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주당 5만 7,234원보다 16.3% 높은 6만 6,602원으로 결정하면서 “삼성물산의 주가가 낮을수록 삼성 일가의 이익이 커지고, 삼성물산의 실적 부진이 삼성 일가의 이익을 위해 의해 의도되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실제 국민연금이 합병 전에 자체 분석한 적정합병비율도 1대 0.46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보이고, 만약 국민연금이 반대 의사 표명 후 매수청구를 했다면 상당한 규모의 추가수익이 발생할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1월 17일 자본시장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자본시장개혁 과제 추진방안의 하나로 주식시장의 거래가격을 가장 중요한 척도로 삼는 현행 합병비율 평가 방식에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만큼 자본시장법상 합병 등에 적용되는 기업가치 평가 기준(가치산정 기준일, 가치산정 방식 등)을 재검토한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완전한 자본시장의 주가는 독립적인 거래로 결정될 뿐만 아니라 기업 내재가치들이 이미 반영돼 있으므로 새로운 평가 방식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도 브리핑에서 "기업가치 관련 판례에서도 주가를 활용한 가치산정 자체가 문제가 된 적은 없으며, 지금보다 나은 대안이 없다면 현행 방식을 유지할 수도 있다"고 했다.

세법은 합병 등 자본거래로 재산이 증가하는 경우에는 이익의 증여로 보아 증여세를 매긴다. 그런데도 이번 삼성물산 합병 건은 현행법에 따라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으로 결정되어 합병 후 삼성 일가의 재산가액이 증가해도 과세를 못 한다. 문제는 합병의 당사자인 두 회사는 삼성그룹에서 경영정책이나 주가관리를 통해 사전에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적어도 계열사 간의 자본거래(합병이나 분할 등)만큼은 평가방식의 개선이나 사후관리 강화 등의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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